[한입 세계여행] 원조 베트남 쌀국수에는 숙주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7 07:00

베트남 쌀국수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음식이다. 20세기 초 베트남 북부 노동자들이 소고기 국물에 말아서 먹던 국수가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중앙포토

베트남 쌀국수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음식이다. 20세기 초 베트남 북부 노동자들이 소고기 국물에 말아서 먹던 국수가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중앙포토

쌀국수는 베트남 사람의 주식이자 한국인에게도 친근한 음식이다. 국내에도 현지식에 가깝게 쌀국수를 만드는 집이 많다. 국내 거주 베트남인이 급증하면서 지방 소읍에서도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쌀국수집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쌀국수는 의외로 역사가 짧은 음식이다. 20세기 초, 베트남 북부 공장 노동자들이 소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었던 게 시초다. 쌀국수 이름 '포(Pho)'는 프랑스 고기 수프 '포트페(pot-au-feu)'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북쪽 주민 상당수가 공산 정권을 피해 남베트남으로 이주했다. 쌀국수가 전국구 음식으로 발전한 계기다. 1975년에 끝난 베트남 전쟁은 쌀국수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전쟁을 피해 세계 각지로 흩어진 베트남 사람들에 의해 '포'가 전파됐다.

이른 아침 거리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쌀국수를 먹는 하노이 시민들. 아주 일상적인 베트남 풍경이다. 최승표 기자

이른 아침 거리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쌀국수를 먹는 하노이 시민들. 아주 일상적인 베트남 풍경이다. 최승표 기자

우리네 국밥이 지역과 식당에 따라 제각각이듯이 쌀국수도 종류가 다양하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쌀국수는 남부 호찌민 스타일이다. 숙주와 양파, 중국식 해선장 같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한국에서는 고수만 내주지만, 베트남에서는 훨씬 다양한 허브류의 채소를 함께 내준다. 원조라 할 수 있는 북부 하노이식은 단출하다. 종종 썬 쪽파만 토핑으로 얹는다. 고수를 주는 집도 있지만, 안 주는 집도 많다. 하노이 사람은 숙주나 허브가 소고기 육수 본연의 맛을 헤친다고 생각한다. 저민 마늘이나 다진 고추를 취향에 따라 넣어 먹긴 한다.

우리네 국밥처럼 베트남 쌀국수도 다채롭다. 베트남 중부 도시 '후에'에가 원조인 '분 보 후에'는 매콤한 국물에 소시지, 선지, 토마토 등을 넣고 끓여 먹는다. 사진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박항서 감독이 즐겨 찾는 식당 '후에'의 분 보 후에. 중앙포토

우리네 국밥처럼 베트남 쌀국수도 다채롭다. 베트남 중부 도시 '후에'에가 원조인 '분 보 후에'는 매콤한 국물에 소시지, 선지, 토마토 등을 넣고 끓여 먹는다. 사진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박항서 감독이 즐겨 찾는 식당 '후에'의 분 보 후에. 중앙포토

중부 도시인 '후에'식 쌀국수 '분 보 후에'도 별미다. 짬뽕처럼 빨간데 국물 맛이 오묘하다. 액젓과 함께 레몬그라스, 토마토 등을 넣고 끓여서 감칠맛이 강하다. 식감이 어묵과 닮은 베트남 소시지와 선지까지 들어 있어 국수와 함께 먹으면 제법 든든하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하노이 단골 식당 '후에'에서 가장 즐겨 먹는 메뉴도 분 보 후에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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