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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초등 IB 수업 글쓰기, 서술형 수능 해답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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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8학년도 논·서술형 수능 검토를 발표하면서 적용 대상인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입시 불안감이 높다. 가장 큰 걱정은 글쓰기 교육이다. 서술형 수능의 모델로 자주 제시되는 IB(국제바칼로레아)는 실제 초등 과정에서 어떻게 글쓰기를 가르칠까.

초등 교사 경력 25년차로 3년째 IB 수업을 진행 중인 대구 경대사대부초 정윤희 교사는 “초등 IB 수업에서 글쓰기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과정의 자연스러운 산출물”이라며 “쓸 내용이 넘치도록 충분히 조사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주도→학생주도로 발전하는 137차시 수업

경대사대부초 정윤희 교사가 초등 3학년 학생들과 IB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대사대부초 정윤희 교사가 초등 3학년 학생들과 IB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IB 수업은 중간 과정부터 최종 평가 단계까지 수시로 글을 쓴다. “초2 때 그림일기 정도의 글을 쓰던 아이들이 3학년부터는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갖추어 문단을 써야 해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쓸거리가 충분히 쌓이면 아이들이 글쓰기를 즐깁니다. ‘선생님,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될 줄 몰랐어요.’라고 놀라는 아이도 있어요.”

정 교사는 올해 초3 학생들과 137차시의 IB 수업을 6주간 진행했다. 기반이 된 사회 교과의 「우리 고장의 모습」 단원은 원래 30차시 분량이다. 이를 IB 수업 구조인 초학문적 주제와 중심 아이디어, 탐구목록에 맞춰 융합수업으로 확장했다.

137차시의 방대한 수업을 설계하는 데는 교사들 간 협력이 필수다. 일반 학교에서 9개 교과로 나눠 배우는 과목을 융합해 수업하지만 초등 과목별 성취기준은 모두 충족하도록 구성한다. 기획 단계부터 사서교사와 교과전담교사를 포함해 7명의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했다.

“비슷한 자료를 공유해도 각 반마다 다른 수업이 진행돼요. 학생들의 질문과 탐구결과물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니까요.”

수학과 음악, 미술이 융합된 나의 고장 글쓰기

내가 사는 고장을 탐구한 뒤 다른 고장의 탐구로 확장한다.

내가 사는 고장을 탐구한 뒤 다른 고장의 탐구로 확장한다.

수업은 회차가 쌓일수록 교사주도에서 학생주도로 바뀌어간다. 1차시에 교사의 도움으로 ‘장소의 특징과 느낌의 다양성’이라는 중심 아이디어를 이해한 뒤 이와 연결해 고장의 자연환경과 교통, 상징물과 문화유산 등 각자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만든다. 이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깊이 있게 생각하고(Think), 짝과 함께 공유한 다음(Pair) 모두가 공유할 유용한 자료는 반 전체 학생들과 나눈다(Share).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글을 쓰게 된다.

사회와 수학, 음악과 미술 등이 융합된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은 풍부한 글감이 된다. 사회 교과서에 등장하는 국토지리정보원(www.ngii.go.kr)에 접속해 우리 고장의 영역을 선택한 뒤 선분으로 연결하면 각이 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모습을 3학년 수학 교과에서 배우는 평면도형으로 설명하면서 실생활과 수학을 연계한다.

판소리와 같은 고장의 무형문화유산을 배울 때는 음악 교과를 융합한다. 미술 교과와 연계해 고장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입체물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글감들을 모아 국어 교과의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에 맞춰 설명하는 글을 쓴다.

나의 고장→다른 고장으로 확장 탐구해 글쓰기

사회 교과에서 익힌 고장의 정보를 미술교과의 입체조형물로 만든 뒤 발표한다.

사회 교과에서 익힌 고장의 정보를 미술교과의 입체조형물로 만든 뒤 발표한다.

우리 고장에 대한 개별 탐구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다른 고장에 대해서도 탐구해 볼 힘이 생긴다. 학생 주도적으로 확장되는 단계다. 탐구 과정 동안 익힌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해 새로운 고장을 조사한다. 자신이 선택한 새로운 고장의 해설사가 돼 소개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고장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 정 교사는 “최종적으로 고장을 소개하는 글을 써 보는 것이 자기평가가 된다”며 “너무 길어도 좋은 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문단의 형식에 갖추어 쓰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IB 수업 방식의 원리를 이해하면 가정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아이와 함께 일정한 주제를 골라 그에 대한 질문을 정리해본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함께 한다. 도서관의 책을 활용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좋다. 정리한 답을 중심문장과 뒷받침문장 등의 형식에 맞춰 짤막하게 적어보면 초3 수준에 적합한 탐구 방식의 한문단 글쓰기가 된다. 고학년은 여기에 토의와 토론을 더하고 설명문과 주장문을 연습한다.

정 교사는 “아이가 실생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꺼내 해결책을 생각해보도록 격려하라”며 “아이가 선택한 주제들의 범위가 작다면 글로벌하게 넓히도록 유도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공부의 미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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