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이드]미군 철수로 요동치는 아프간, 테러 온상지 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07 05:00

업데이트 2021.08.07 14:38

영국 공수특전단(SAS) 스나이퍼가 2020년 11월 시리아에서 저격용 소총으로 1km 밖에서 IS 대원 5명을 사살했다. [픽사베이]

영국 공수특전단(SAS) 스나이퍼가 2020년 11월 시리아에서 저격용 소총으로 1km 밖에서 IS 대원 5명을 사살했다. [픽사베이]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 미국 해병대의 전설적인 저격수로 통하는 인물이 ‘카를로스 헤스콕’이다. 그는 1964년 베트남전쟁에서 저격용 원거리 조준경을 부착한 M2HB 총기를 사용해 엄청난 활약을 했다. 그가 세운 저격 기록은 당시 공식 저격 사살 인원 93명 중 절반 이상이었다. 저격은 일반적으로 지형이 복잡한 원거리에서 표적을 노려 공격하는 효과적 전술이다.

저격수가 맹활약한 아프가니스탄 지형
아프간군 저격에 소련군도 된통 당해
20년만에 미군 철수하자 불안감 커져
탈레반의 아프간 지역 장악 시간 문제
중국, 신장·위구르에 탈레반 영향 긴장

아프가니스탄은 힌두쿠시산맥에 인접한 대부분 고산지역으로 베트남보다 저격 전술을 더 많이 사용하는 곳으로 소문났다. 워낙 복잡하고 험준한 지형 때문에 대규모 화력은 이동시키기도 어렵고 체력 안배도 쉽지 않아 자연히 저격수를 활용한 전투가 많다. 이곳에서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 소속 스나이퍼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1.5㎞ 떨어진 위치의 IS 지휘관을 사살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힌두쿠시 산맥에 인접해 있는데 대부분 메마른 고산지대에 있다.[네이버]

아프가니스탄은 힌두쿠시 산맥에 인접해 있는데 대부분 메마른 고산지대에 있다.[네이버]

이와 비슷하게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년) 때는 AK-74로 무장한 소련군들을 무자헤딘 전사들이 구식 리-엔필드 소총으로 800m 이상의 거리에서 저격함으로써 불리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의 사기를 크게 꺾기도 했다. 소련군의 무덤이 된 지역이다.

미군은 20년 동안 아프간 전쟁에서 전사 2,442명에 부상 2만 666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베트남전(5만 8000명 전사) 이후 최대 전쟁 피해로 기록된다. (NATO 연합군 1144명, 미군과 계약을 맺은 민간 보안요원 3800여 명도 사망) 이처럼 위험천만인 이 지역에서 미군은 지난 20년간의 주둔을 마치고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미국의 해외 최장기 전쟁이 끝나게 된 셈이다.

탈레반의 공세 강화... 테러·치안 불안감 고조
올해 5월부터 시작된 철군은 연합군 공군작전의 중심지인 바그람 기지를 아프간 정부에 이양하는 등 이미 90% 이상 철수한 상태다. 미군 철군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외교 단지와 카불 공항 방호를 위해 일부 병력(650명)을 잔류시키고,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인도적 관여는 계속할 계획이다. NATO도 독일과 이탈리아가 작전 종료를 선언, 7000여 명 가운데 4,800명이 이미 철수했다.

문제는 미군 철수에 맞춰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와 치안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탈레반은 점령지를 빠르게 확대 중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내 421개 군(district) 가운데 150개 이상을 장악했다는 미 의회 분석이다.

탈레반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연합뉴스]

탈레반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연합뉴스]

아프간이 테러집단의 피난처로 다시 전락할 우려 
더 큰 문제는 철군 이후 내전 가능성이다. 아프간 보안군(ANSF)은 육군 18만 명, 공군 7100명(항공기 242대), 경찰 11만 6000명 등 약 30만 명 규모로 구성돼 있으며, 탈레반 전투병력 규모는 UN은 5만 5000~8만 5000명, 뉴욕타임스는 5만~6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프간군이 병력과 장비 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고질적인 부패와 낮은 사기 등 문제가 많다. 반면, 탈레반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정치조직으로, 이념적 결속이 강하고, 풍부한 비정규전 경험과 대미(對美) 항전에 승리했다는 생각으로 사기가 높다. 따라서 탈레반의 전투역량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아프간 정부의 통치 역량도 회의적이다. 미군 철군 이후 6개월~3년 이내에 탈레반 세력이 재집권 가능성 등을 크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탈레반 재집권 시 아프간이 테러집단의 피난처로 다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변국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온 미군이 오는 9월 11일까지 완전 철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BBC]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온 미군이 오는 9월 11일까지 완전 철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BBC]

접경국, 국경안보 강화 등 대응책 마련부심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주변국들도 국경안보 강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탈레반은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셰라칸-반다르 지역까지 점령했다. 위협적인 상황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국경 폐쇄, 타지키스탄은 예비군 2만 명을 소집하고 투르크메니스탄도 국경 지역에 중화기, 전투기 등을 추가 배치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아프간과 접경 지역에 위치한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탈레반 극단주의자들의 유입을 우려하는 등, 역내 안보환경 변화에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 무슬림 세력은 과거 오랫동안 중국의 서역을 위협해왔다. 오늘날 탈레반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도모하기 위해 1865년 신장성을 공격하다 청나라 군에 평정된 회교도 지도자 야쿠브 베그(Yakub Beg)를 연상시킨다.

ISㆍ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세력 확장의 적기로 판단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발호도 문제이다.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호라산 지부)는 현재 점령지는 없으나, 최근 혼란 상황을 세력 확장의 적기로 보고 아프간 동부와 수도 카불에서 보안군ㆍ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확대하고 있다. UN 아프간 지원단(UNAMA)은 “올해 IS 호라산 지부가 스스로 배후라고 주장한 테러 사건은 8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6건) 대비 450%가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알카에다는 올해엔 아프간 내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이지 않지만, 탈레반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직 재건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탈레반 정권은 2001년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다가 미국의 침공을 받아 몰락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최근 알카에다가 국제사회를 자극할 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기회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프간, 처절한 피의 역사로 점철
최근 아프간 정부는 미군 철수 개시 이후 탈레반 점령을 우려해 “EU 각국으로 망명한 자국민들이 추방당할 경우, 살해되거나 테러단체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방을 일시 중단해주기를 EU에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미국에 협조해 미군 철수 후 탈레반으로부터 보복 위험에 처한 아프간 주민에 대한 피신 작전을 개시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간 내의 협조자를 위한 대피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해발 4000~5000m의 힌두쿠시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마치 우물 속 같은 깊숙한 분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선지 장군이 발자국을 남기고 간 후 칭기즈칸이의 침략도 있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칭기즈칸의 군대와 맞서 3년간 싸웠을 만큼 용맹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의 용맹성 이면은 처절한 피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오랜 내전과 전쟁으로 수도 없이 피를 흘렸다. 장기간에 걸친 전쟁과 외세 침략으로 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인접 국가로 떠도는 난민들이 속출했다. 설상가상 아프간은 종교 극단주의가 심하며 무능하고 부정부패로 찌들어 있는 등 여전히 불안한 국가이다.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 오쉬노 부대를 201년부터 2014년까지 아프간 파르완주에 파병했다.[국방부]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 오쉬노 부대를 201년부터 2014년까지 아프간 파르완주에 파병했다.[국방부]

우리나라도 2007년 선교 봉사단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피랍됐다가 2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2010년 7월부터 2014년 6월 사이에는 한국군 오쉬노 부대(총 8진, 1930명)가 파르완주에 파병돼 PRT(지역재건팀)를 운영하며 군경 양성을 지원했다.

전쟁은 지극히 복잡한 현상이다. 특히 문명 간의 열전은 수많은 인명을 희생하고 재산을 잿더미로 만든다. 전쟁은 인간의 동기와 행위 때문에 벌어지지만,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 변경 또는 전쟁 예방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이해가 충돌하는 여건 속에 발생하는 분쟁을 줄이려면 다원적인 문명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군비 축소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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