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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보다 댕냥이와 호캉스…1박에 70만원해도 모두 만실"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홍천의 소노펫 비발디파크에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여가를 보내고 있다. 사진 소노펫클럽앤리조트

강원도 홍천의 소노펫 비발디파크에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여가를 보내고 있다. 사진 소노펫클럽앤리조트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키우는 이슬기(31)씨는 지난주 강릉의 한 호텔에서 반려견과 함께 ‘펫캉스’(펫+바캉스)를 보냈다. 이씨는 “평소 점찍어둔 호텔은 1박에 30만 원대인데도 한 달 예약이 꽉 찼더라”며 “몇 년 전만해도 애견동반 가능한 객실을 찾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펜션부터 고급호텔까지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펫코노미'시장, 6조원대 성장 전망  

6일 업계에 따르면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펫(pet)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집계한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638만 가구. 인구로 환산하면 약 1500만 명 정도로, 국민 4분의 1가량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약 2조원 규모였던 국내 반려동물산업 시장은 2020년 3조4000억원대로 성장했고, 2027년 6조원대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려동물 관련 소비시장이 커지는 걸 일컬어 ‘펫코노미’(pet+economy)란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반려동물 연관산업 시장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국 반려동물 연관산업 시장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당장 식품·유통, 제약·바이오, 호텔·리조트업계 등이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반려동물 1등 전문몰 ‘펫프렌즈’를 한 사모펀드와 공동 인수했다. 향후 5년 간 이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한양행·GC녹십자랩셀 등 제약회사는 펫 의약품·헬스케어 관련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11번가는 서울·경기권에 반려동물 용품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편의점CU는 말복(10일) 앞두고 펫전용 보양식을 내놨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은 호텔업계는 일반 객실을 반려동물 동반 객실로 전환한 곳이 부쩍 늘었다. 대명소노그룹은 홍천 비발디파크(157개)와 소노캄 고양(27개)에 총 184개 반려동물 동반 객실을 작년 7월 오픈했다. 오픈 직후 투숙률이 35%였는데 올해 7~8월은 72%로 배 증가했다. 주말은 90% 이상 객실이 찬다. 이곳은 아예 개나 고양이 등에 맞춰 객실을 리모델링한 게 특징이다. 반려동물에 적합하게 조도를 낮추고, 논슬립 바닥 시공, 낮은 높이의 침대, 냄새를 제거하는 배기 시스템 등을 갖췄다. 이 밖에 펫카페, 동물병원·미용실까지 들였다.

소노펫클럽앤리조트의 반려동물 객실 모습.

소노펫클럽앤리조트의 반려동물 객실 모습.

최종진 소노펫클럽앤리조트 선임매니저는 “펫 시장이 팽창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만한 곳이 마땅찮은 게 현실이다. 이런 반려인의 수요를 겨냥해 최대 규모로 펫 객실을 열었고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펫 돌봄과 객실 청소에 인건비가 더 들기 때문에 1박 가격이 일반 객실에 비해 두 배 비싸다. 평수에 따라 30만~70만원대다. 최 선임매니저는 “최근 코로나19가 심해지며 취소 몇 건을 빼고 예약이 다 찼다. 홍천 주변에도 펫 전용으로 전환하는 펜션이 굉장히 늘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시장, 최근 트렌드는 ‘프리미엄’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은 성장세가 빠르기도 하지만, 근래 들어선 고급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쇼핑몰, 카페, 휴가지 등 이제 어디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점차 바뀌고 있고, 반려인의 눈높이도 그만큼 올라가면서다.
지난 5월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 최상급호텔 ‘조선팰리스’는 최근 1박에 55만원·75만원 하는 펫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펫사료·샴푸·장난감 등 기본 어메니티에, 유명 브랜드의 식기·유모차, 식음권을 제공한다. 호텔 관계자는 “판매도 되고,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했다.

루이비통·구찌·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는 몇 년 전부터 펫라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마트의 몰리스펫샵 이정욱 바이어는 “사료도 예전엔 저가일수록 잘 팔렸지만 요즘은 성분을 따져 산다. 8~9만원대(2㎏)도 많이 팔린다”고 했다. 또 “중소업체 위주였던 펫시장에 하림·풀무원·정관장·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뛰어든 것도 달라진 풍경”이라고 전했다. 주요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를 자식 키우듯 먹이고, 입힌다는 것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호텔에서 반려동물 생일파티도 해준다. SNS 소통을 중시하는 이들에겐 펫과 사진찍어 올리는게 일상이 됐고, 도심 웬만한 고급호텔은 펫객실 차별화에 힘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팰리스 호텔이 내놓은 '펫캉스' 패키지 모습.

조선팰리스 호텔이 내놓은 '펫캉스' 패키지 모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는 펫시장 성장과 관련해 “코로나19로 대인관계가 축소되며 오히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특히 환경·동물에 대한 의식이 높은 MZ세대는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인격체로 여긴다. 국내도 해외처럼 펫을 동반자로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으며, 펫시장도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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