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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불편, 문화재 재현 어설퍼” 문체부 ‘팀코리아 VR’ 굴욕

중앙일보

입력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 기간 '온라인 코리아 하우스(팀 코리아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옥을 본뜬 홈페이지에서 올림픽 경기 정보와 선수단 소식, 한국 문화와 관광 콘텐트 등을 제공한다. 방문자들이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느낌을 주는 온라인 가상현실(VR) 전시관도 구성했다.

'팀 코리아 하우스' 홈페이지 캡쳐.

'팀 코리아 하우스' 홈페이지 캡쳐.

팀 코리아 하우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올림픽까지 현지에서 한국을 홍보하고 응원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본 도쿄 현장 전시와 응원이 불가능해졌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홍보를 대체한 셈이다. 하지만 방문자들은 이용이 불편하고 콘텐트가 부실해 재방문을 안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팀 코리아 하우스 VR 전시관'의 경우 K스포츠, K스포츠 히어로즈, K컬쳐, K트레블, 카드뉴스 등 전시실로 구성됐다. 문체부는 "방문객들이 현장 전시실을 직접 둘러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전시실 형태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콘텐트 부실, 이용 불편해" 

'팀 코리아 하우스' 사이트 내부 한국의 문화 유산 소개글.

'팀 코리아 하우스' 사이트 내부 한국의 문화 유산 소개글.

사이트를 이용한 김진솔(25)씨는 "외국인에게 친숙한 스포츠, 문화, 여행을 소개하는 건 좋지만 콘텐트가 전체적으로 부실하고 홈페이지가 가독성이 불편하다"고 했다. 김씨는 "K컬쳐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소개를 하다 〈금강산에 오르다〉와 〈왕의행차〉를 설명하는데 무엇을 왜 홍보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K스포츠도 대한체육회 6분짜리 홍보영상뿐"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접속할 때 버퍼링 시간, 어색한 VR 이미지 구성 외에도 사이트 이용 자체가 불편하고 내용도 없어서 한번 들어갔다가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VR을 활용한 이동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캡쳐]

이용자들은 VR을 활용한 이동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캡쳐]

실제 올림픽 선수단 정보를 모아뒀다는 카드 뉴스는 PC 화면으로 카드 전체가 보이지 않았다. 스크롤을 내리고 넘기는 과정은 번거로웠다. 전시실 VR 구성이 복잡하고 움직임이 어색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채원(24)씨는 "VR 움직임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길을 찾기도 어렵고 편하게 감상하기 어려웠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한국 관련 콘텐트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K스포츠관에서 남북체육의 역사를 다룬 '올림픽 아리랑 남과 북'의 경우 방영 예정인 KBS 다큐멘터리 '한국 체육 100주년 특집 다큐 2부'의 46초 예고편이 전부였다.

"해설, 설명 부족, 재현된 문화재 어설프다" 

한자 이외 영문 또는 국문 설명은 없다. [홈페이지 캡쳐]

한자 이외 영문 또는 국문 설명은 없다. [홈페이지 캡쳐]

같은 전시실 맞은편에는 국·한문혼용 표기된 '조선체육회창립취지서'가 전시돼있지만, 제목부터 한자로 표기돼있고 외국어 해설도 한국어 뜻풀이도 없다. VR 등 기술 활용에는 익숙하지만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2030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VR을 통해 재현한 문화재도 실제 모습과 달라 어설프다는 지적도 있다. K스포츠 히어로즈관 가운데에는 불국사의 다보탑을 모사한 탑이 있는데 실제 탑의 특징을 지나치게 생략했다고 한다. 한 미술사학과 교수는 "해당 사이트 페이지를 보면 김홍도의 풍속화로 보이는 것과 다보탑을 한 공간에 배치했는데 각각 무엇인지 명확히 적지는 않았다. 다보탑을 연상시키는데 간략화한 건지 상징인지 왜곡인지 불확실하다"면서 "묘사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할 때는 문화재 재현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탑 자체의 문맥화도 잘 못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팀코리아하우스에 재현된 탑과 풍속화. [홈페이지 캡쳐]

팀코리아하우스에 재현된 탑과 풍속화. [홈페이지 캡쳐]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컬쳐, 스포츠, 트레블로 분류돼있는데 각각 전문 기관들에 문의해 구성했다. VR 전시실의 경우 예산이 2억30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실제 SNS에서 '#팀코리아하우스'로 검색되는 것은 이 사이트의 가상현실 전시관이 아닌 네이버 제페토와 협업해 만든 가상세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대학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 2~3년 오프라인에서 국제적인 행사나 홍보 무대를 마련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공급자 관점이 아닌 사용자들이 이용하기 편하고 매력적인 콘텐트를 담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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