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졸려도 페이스북, 개인 정보 퍼주는 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8호 20면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마르타 페이라노 지음
최사라 옮김
시대의창

1940년대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쥐를 상자에 가두고 연구했다. 레버를 당기면 먹이가 나오는 장치에 길든 쥐는 나중엔 먹이가 나오지 않아도 더 집착적으로 레버를 당겼다.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의 저자는 “스키너가 살아있다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또는 아마존에서 일할 것이다. 실험에 사용할 30억 이상의 인간 실험 쥐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린 쥐보다 더 심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를 눌러댄다.

1980년대부터 약 40여년간 세상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혁명의 주체는 1983년 1월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컴퓨터였다. 책을 읽는 내내 옛날 생각이 났다. 더듬더듬 MS-DOS 명령어를 익혔던 추억, 처음 마우스와 윈도 운영체제를 접했을 때의 충격, 김대중 정부 때 빛의 속도라고 선전한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광고 등이 겹쳐 떠올랐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1990년대 말 인터넷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의 기록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깜짝 놀랐다. 지금은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나 시리가 내가 좋아할 만한 음악이나 영화, 상품과 뉴스를 척척 추천해준다.

책은 이같은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구축돼, 무엇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조작하는지 알려준다. CIA의 도청과 감시를 폭로한 개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권력과 테크놀로지가 교차하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고 책을 평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문화의 풍요로운 성좌를 그려내는 동시에 기술의 허상을 치밀하게 짚어낸 탁월한 기술 비판서”라고 책을 소개했다.

"빅데이터는 새로운 플루토늄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누출될 수도 있고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오염원이지만 격리해서 안전하게 활용한다면 도시를 밝힐 수 있다”는 책의 구절도 인상적이다.

지난달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으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징역 2년 판결을 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우리는 이미 ‘시스템을 알고 있는 적’에 둘러싸여 있다. 그걸 알면서도 앱을 실행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정보를 내던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