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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창업에 고민 없이 세금만 투입, 청년들 희망고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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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면

보얀 슬랫이 발명한 '떠다니는 장벽' 높이는 3m, 길이는 100km에 이른다. 해류를 따라 순환하던 쓰레기는 자연적으로 이 벽에 와서 붙게 된다. [중앙포토]

보얀 슬랫이 발명한 '떠다니는 장벽' 높이는 3m, 길이는 100km에 이른다. 해류를 따라 순환하던 쓰레기는 자연적으로 이 벽에 와서 붙게 된다. [중앙포토]

'태평양의 쓰레기를 모조리 청소하겠다'. 얼핏 보기에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2013년 네덜란드 청년 보얀 슬랫은 이 아이디어 하나로 약 4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냈다. 성공 가능성을 떠나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일깨워준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신호정 고려대 스타트업연구원장 인터뷰

고려대 신호정교수

고려대 신호정교수

현재 창업 트렌드는 경제적 성공 가능성에서 새로운 문화 창출로 변하고 있다. 신호정 고려대 스타트업연구원장은 "지금의 창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창업으로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제조업 등 기반산업이 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창업 시장은 어떤가.
사회개선 아이디어나 신기술을 내세우는 기회형 창업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실제로 개선이 이뤄졌다. 각종 창업패키지 지원, 해외투자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반면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창업에 대해선 정부의 고민이 부재한 상태다. 청년몰 사업이 실패한 원인도 고민 없이 세금만 썼기 때문이다. 생계형 창업도 기회형 창업처럼 지원금만 주면 자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수십 년의 노하우가 있고, 목구멍의 절실함을 아는 자영업자와 갓 시작한 청년이 상대가 되겠나. 인구가 소멸하는 지방에 죽은 상권을 살리겠다면서 경험이 전무한 청년들을 투입한 건 사실상 희망 고문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긴가.
일자리 창출이 안 된다는 이유로 청년몰을 지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조업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늘렸어야 한다. 기업에서 급여를 받아야 내수가 성장하고, 자영업자와의 상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각종 정책으로 제조업을 틀어막았으니 일자리가 생길 수도, 낙수효과로 자영업이 성장할 수도 없다. 규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청년몰이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세수를 붓는다. 단기 일자리라도 만들어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음식을 팔아서 글로벌 푸드 기업이 나오길 바라는 건 무리수다. 기회형 창업처럼 창업 패키지가 정교해진다고 해도 큰 희망을 품기 어렵다.
해결방법은 제조업 살리기뿐인가.
다른 해법이 있었다면 정부가 이미 실행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전체 GDP의 6~70%를 수출입에 의존하는 제조업 교역 국가다. 때문에 생계형 창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제조업이 굳건히 버텨야 한다. 중국, 미국, 독일 등 세계 선진국들이 법인세 인하, 감가상각 특례 등의 정책을 펼쳐 제조업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규모의 경제로 청년몰을 감당할 수 있지만, 향후 인구가 줄어들면 젊은 세대들이 이런 사회 간접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세금만 붓다가는 일명 '창업 하이에나' 들이 지원만 노리고 창업했다가 지원이 끝나면 폐업하고, 또 다른 지원사업을 노려 창업하는 악순환만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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