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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거대한 몽상’…산·학 생태계 금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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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호 01면

[SPECIAL REPORT]
탈원전 4년 ‘어두운 그림자’

최근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초안에는 23.4%(2018년)인 원전 비중을 6~7%까지 낮추는 대신 6%대인 재생에너지는 최대 71%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전 없는 탄소중립에는 의구심을 표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금도 폭염으로 전력이 부족하니 원전 3기를 추가 가동했다”며 “현장에 대한 정보 없이 만든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비현실적 #원전 없는 탄소중립에 의구심 #일자리 확 줄고 해외 수주 난관

탈원전 정책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됐다. 2017년 당선 후 천지1·2호기 계획 취소, 신한울5·6호기 공사 중단, 월성1호기 조기폐쇄 등을 잇따라 추진했다. 신한울1호기는 완공된 지 15개월이 지난 올 여름에야 가동 허가를 내줬다. 정부는 “2016년 30.8%던 원전 비중이 지난해 29.5%를 유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것일 뿐 당장 가동을 정지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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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2018년 원전 비중을 23.7%까지 낮췄다가 폭염과 원유·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전력구입비가 9조원 가까이 늘자 다급하게 원위치한 결과다. 정부의 로드맵 대로라면 국내 원전은 2022년 28기로 정점을 찍은 뒤 설계 수명이 도래하는 대로 폐쇄해 2031년 18기, 2050년 9기로 감축된다. 신한울2호기의 설계 수명이 다하는 2079년에 원전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이는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40여개 국가에서 원전 유지 및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반대다. 원전을 축소·폐쇄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스위스·대만·벨기에 등 5개국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사고로 홍역을 치른 일본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원전 확대를 추진 중이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4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와 인재양성 체계가 토대부터 금이 가고 있다. 원자력 분야 매출액은 2016년 27조원에서 2019년 20조원으로 줄었다. 일자리도 13% 감소하면서 숙련된 고급인력은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중국·영국·사우디로 떠났다. 대학에서도 원자력 전공 학부생과 석사과정 지원자가 20~30% 줄었다. 해외 원전 수주도 잇따라 실패했다. 영국 원전은 프랑스에, 터키 원전은 일본에 넘어갔다. 한 원전업체 관계자는 “원전 한 기를 건설하는데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신규 원전 한두 기만 취소해도 기술자와 전공자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며 “정부는 해외 수주를 독려하지만 경쟁국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있느냐’고 선동하는 탓에 힘겹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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