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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꿰뚫고 M&A로 몸집 불려…시총 ‘100조 클럽’ 가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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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호 06면

[SUNDAY CEO 탐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6일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또 한 번 ‘카카오 왕국’에 모아지고 있다. 카카오는 어느덧 118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국내 기업 중 계열사가 SK그룹(14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면서 이날 시가총액 10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 시총을 더해 104조원으로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시총 100조원 규모의 기업집단이 됐다. 카카오 하나만 봐도 이미 코스피 시총 4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 다음이다.

카톡 11년 만에 118개 계열사 #‘카뱅’ 이어 ‘카페’ 등 줄상장 예정 #‘흙수저’ 출신서 15조 주식 부자로 #다음 합병, 멜론 인수 베팅 성공 #엔터·게임 등 해외 공략 가속도 #출판·스크린골프·대리운전 진출 #“골목상권 침해 지나쳐” 비판도

이에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주목하고 있다. 1966년생으로 만 55세인 김 의장은 지난달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집계에서 134억 달러(약 15조4000억원)의 순자산으로 국내 1위에 올랐다. 121억 달러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쳤다. 물론 이 집계치는 주식 재산에만 근거하고 있어 지난해 말보다 주가가 90%가량 오른 카카오 주식을 대량 보유한 김 의장이 이 부회장보다 실제로 부자인지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달리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가족 여덟 명이 같이 살았던 ‘흙수저’인 김 의장이 그만큼 자수성가했음을 보여준다.

김 의장의 자수성가 뒤에는 과감하고 신속한 사업가 기질과 자본시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4년 당시 코스닥 상장사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뒤 우회상장(2017년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것이다. 김 의장과 일했던 재계의 한 임원은 “카카오의 기업공개(IPO)보다는 합병 후 우회상장이 기업가치 극대화에 효과적이란 게 브라이언(김 의장의 영어 이름)의 생각이었다”며 “특히 직원 대부분이 (합병 사실을) 발표 당일에야 알았을 정도로 그가 과감하고 신속하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16년 음원 서비스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역시 그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당시 카카오는 멜론 인수에 무려 1조8700억원을 들였다. 한화그룹이 2014년 삼성그룹 계열사 4곳(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인수에 들인 돈과 비슷했다. 시장에서는 “멜론에 이만한 가치가 있느냐” “김범수가 무리한 베팅을 했다”는 회의론이 나왔다. 전언에 따르면, 이때 김 의장은 만국공통어인 음악 특유의 콘텐트 확장력과 이를 통한 글로벌 진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성장성 한계를 극복하고 카카오를 재도약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쟁사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카카오톡보다 늦게 선보이고도 일찌감치 해외 공략에 주력해 성과를 보인 것이 김 의장을 자극했다. 멜론 인수 결정 당시 카카오톡의 해외 월평균 이용자 수는 5000만 명, 라인은 2억2000만 명이었다. 그리고 멜론 인수 후 카카오의 음원 콘텐트 매출은 지난해 6125억원으로 인수 첫해인 2016년의 2963억원에서 대폭 늘었다.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한 그의 경영 방식은 계속된 성공을 불렀다. 카카오는 2014년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출시하면서 테크핀(정보기술+금융)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5년엔 카카오택시(현 카카오T)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에 나섰다. 그런데 단지, 보폭을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일단 ‘돈’이 안 되더라도 선제 투자를 통해 플랫폼을 깔아 두고,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켜 투자금을 끌어 모은다. 이 자금으로 다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식이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가 1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시총 100조원을 넘길 만큼 거대해진 비결이다.

김 의장의 관심은 이제 해외 공략 강화로 쏠리고 있다. 특히 멜론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만큼 당초의 큰 그림대로 멜론을 해외 공략 첨병으로 활용한다는 게 김 의장의 계획이다. 이 계획에도 역시 인수·합병과 상장 등 그간의 ‘성공 공식’이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등 콘텐트 사업에 주력하는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멜론을 다음 달 합병, 연매출 2조원에 달하는 공룡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멜론의 합산 기업가치는 9조원대로 추산된다”며 “멜론이 미국과 동남아 등지의 콘텐트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 이모티콘

카카오 이모티콘

김 의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산하 엔터사에서 제작한 음원을 멜론에서 공개·유통하거나, 영상과 공연 등의 콘텐트를 강화하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방침이다. 경쟁 상대는 유튜브 뮤직 같은 글로벌 강자다. 이외에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도 해외를 향한 김 의장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6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오딘이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1위에 오를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 외에 다른 회사 모바일 게임이 1위를 차지한 것은 4년 만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을 4분기에 대만에서 출시하면서 해외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1.4%였지만 올 1분기 36.2%까지 확대된 바 있다. 카카오 창업 전 한게임 창업에 성공하면서 명성을 얻었을 만큼 게임 사업에 조예가 깊은 김 의장이 여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는 남은 하반기 출시하는 신작 대부분의 주요 타깃을 북미와 유럽, 동남아 등 해외 게이머로 잡았다”며 “계획대로 글로벌 대형 게임사로의 도약에 성공한다면 카카오의 막강한 수익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카카오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골목상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며 비판도 제기 중이다. 카카오는 실내 골프장이나 꽃 배달, 미용실, 출판 등의 사업 진출에 이어 최근 전화 호출 대리운전(전화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을 샀다. 분야를 안 가리는 도전정신으로 카카오 왕국을 일군 김 의장이지만 동반성장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에도 힘쓸 때라는 일부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카뱅’ 상장 첫날 상한가로 시총 33조, 금융 대장주 KB 크게 추월

6일 서울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뱅크 상장 축하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6일 서울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뱅크 상장 축하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카카오뱅크(카뱅)가 코스피에 상장한 6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시초가 5만37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카뱅은 상한가까지 주가를 끌어올리며 6만9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초가가 공모가 3만9000원보다 37.69% 오르는 데 그쳐 공모가 2배의 시초가를 형성하는 ‘따(더블)’를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시초가보다 30% 오르며 ‘상(상한가)’은 성공했다.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의 경우 이날 하루 수익률만 79%에 달한다.

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하진 않았다. 카뱅은 장 시작 5분 만에 주가가 5% 넘게 빠지며 5만1000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0분 만에 26% 오르며 6만8000원에 거래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후 15~2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30분 30%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카뱅은 이날 시가총액(시총) 기준 새로운 금융 ‘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이날 종가 기준 카뱅의 시총은 33조1620억원으로 기존 금융 대장주인 KB금융(21조7052억원)과 2위 신한지주(20조182억원)는 물론 포스코(29조7307억원)와 삼성물산(27조52억원)까지 제쳤다. 코스피 전체 12위 규모다.

시장에선 카뱅의 주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상장 전 고평가 논란이 있었으나 시장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미래 가치에 집중한 듯하다”며 “적어도 2주 정도는 변동성 장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개인투자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증권은 앞서 카뱅의 적정 기업가치를 30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은 카뱅의 특성상 해외 기관 투자자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란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한 것으로 카뱅의 경우 59.8%에 달한다.

다만 상장 첫날에는 우려했던 ‘외국인 매도 폭탄’은 없었다. 오히려 외국인은 카뱅을 770만 주 ‘폭풍매수’하며 상한가를 이끌었다. 구경회 연구원은 “카뱅은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흔치 않은 기업”이라며 “짧은 기간 고성장을 이뤘고 플랫폼 기업과 시너지가 예상되는 만큼 해외 기관에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BNK투자증권(11조3000억원), 미래에셋증권(11조5000억원~12조원), 메리츠증권(15조5000억원) 등은 상장 전 카뱅의 기업가치를 공모가 기준 시총(18조5289억원)보다 낮게 제시했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미래 기대수익을 모두 반영한 결과”라며 “기업의 가치 측면에서 고평가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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