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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황당한 '두 손가락' 처녀성 징병검사…이제야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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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명예로운 군인이 되는 꿈을 꾸었지만 차별적 검사로 좌절해야 했다. 이 검사는 모든 여군 지망생의 트라우마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여성이 군대에 지원할 경우 강요받던 처녀성 검사가 폐지된다는 발표에 아닌디(가명)가 남긴 말이다. 그는 23년 전 18세의 나이로 해군 복무를 꿈꿨지만 이 검사를 거부하며 군인이 되지 못했다.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 혼전순결 강요 #2014년 여경 채용서 빠졌지만 군은 유지 #인권단체 "성차별 폭력" 수십년만에 폐지

이른바 ‘두 손가락 검사’로 불리는 이 검사는 의사가 손가락 두 개로 후보자의 처녀막 파열 유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인도네시아 여군 후보생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가해왔다.

 안디카 페르카사 인도네시아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육군 공식 유튜브를 통해 "더는 의학적인 목적이 아닌 신체검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육군 공식 유튜브 캡처]

안디카 페르카사 인도네시아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육군 공식 유튜브를 통해 "더는 의학적인 목적이 아닌 신체검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육군 공식 유튜브 캡처]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육군은 여군 입대 과정에서 요구하던 처녀성 검사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안디카 페르카사 육군 참모총장은 새로운 군 채용 조건을 발표하는 화상회의에서 “우리 군의 신체검사에 건강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이제는 여군 지망생에게도 남군 지망생과 같은 수준의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인권단체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군대 및 경찰의 여성 채용 시 처녀성 검사를 유지해왔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도덕성을 점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인도네시아 여군 후보생들의 신체검사 모습. [인도네시아 육군 공식 유튜브 캡처]

인도네시아 여군 후보생들의 신체검사 모습. [인도네시아 육군 공식 유튜브 캡처]

처녀성 검사는 앞서 지난 2014년에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이 “경찰 지원자들에 대한 처녀성 검사는 신체적 건강과 도덕성을 점검하는 절차다. 인권유린이나 성차별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논란이 됐다.

이후 경찰 당국이 “후보자 결격 사유는 아니다. 처녀성이 없는 후보자 가운데 경찰이 된 이들도 많다”라며 “처녀성이 있는 후보자는 80점, 아닌 자는 60점을 준다”라는 해명을 내놓으며 더 큰 비판이 일었다. 결국 바드로딘 하이티 인도네시아 당시 경찰청장은 “이후 진행될 여경 채용 과정에서는 처녀성 검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군에서는 여전히 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인구 약 2억7000만명 중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선 혼전 순결이 미덕으로 강조된다. 지난 2019년에는 결혼 전에 성관계를 할 경우 1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이 추진되며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019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혼전순결법' 반대 시위 참가자가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당시 법안은 혼전 성관계에 대한 처벌 외에도 응급의료나 강간의 경우가 아닌 낙태는 최대 징역 4년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혼전순결법' 반대 시위 참가자가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당시 법안은 혼전 성관계에 대한 처벌 외에도 응급의료나 강간의 경우가 아닌 낙태는 최대 징역 4년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결정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이번 인도네시아 군부의 결정은 환영할만한 것”이라면서도 “1965년에 이 검사를 받았다는 여성도 있었다. 학대적이고 차별적인 검사는 50년 이상 지속됐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여성폭력방지위원회(Komnas Perempuan)도 “아직 45만 인도네시아군에서 여군은 10%에 불과하다”며 “이른 시일 내로 정책이 공식화되어 많은 여성에게 더 많은 군 입대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가디언은 “인도네시아 육군에 이어 해군과 공군도 이 같은 결정에 뒤따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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