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4번 타자' 타율 0.045…김경문호엔 해결사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9:44

업데이트 2021.08.06 09:46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 한국과 미국의 경기.   9회 마지막 타자로 나선 양의지가 투수 앞 직선타구로 아웃당해 경기에 패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 한국과 미국의 경기. 9회 마지막 타자로 나선 양의지가 투수 앞 직선타구로 아웃당해 경기에 패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 대표팀에는 '해결사'가 없다. 4번 타자가 실종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5일 올림픽 야구 2연패 도전이 무산됐다. 승자 준결승 일본전, 패자 준결승 미국전을 모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7일 낮 12시 열리는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한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빈손으로 일본을 떠날 위기다.

타선 엇박자가 심각하다. 특히 4번 타자는 대회 내내 골칫덩어리다. 조별리그부터 패자 준결승전까지 6경기 4번 타순 타율이 0.045(22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강백호(KT 위즈·6타수 무안타), 양의지(NC 다이노스·12타수 1안타), 김현수(LG 트윈스·4타수 무안타)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하나같이 4번 타순만 들어가면 죽을 쒔다.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에 앞서 "강백호를 4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에서 진행한 세 번의 올림픽 대비 평가전에서도 모두 그를 4번 타순에 배치했다. 일찌감치 강백호를 이승엽-이대호-박병호를 잇는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점찍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 최고의 타자였다.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95(271타수 107안타)로 4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국가대표 경험. 데뷔 4년 차로 2019년 프리미어12에 이어 도쿄올림픽이 두 번째 태극마크였다. 4번 타자의 중압감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올림픽은 프리미어12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비교하면 상징성이 큰 대회. 산전수전을 겪은 선수들도 큰 부담을 느끼는 '메가 이벤트'다.

1일 저녁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경기 2회말 2사 1,2루 상황에 강백호가 헛스윙을 하고 있다.[뉴스1]

1일 저녁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경기 2회말 2사 1,2루 상황에 강백호가 헛스윙을 하고 있다.[뉴스1]

결과는 최악에 가까웠다. 강백호는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 모두 4번 타자로 나와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무리한 풀 스윙으로 일관하다 아웃됐다. 김경문 감독은 녹아웃 스테이지에 들어서는 양의지를 4번에 배치했다. 강백호를 2번으로 올리고 중심타선을 바꿨다.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의지는 4번 타자로 출전한 3경기 타율이 0.083로 채 1할이 되지 않는다. 특히 승자 준결승 일본전에서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고개를 떨궜다. 대표팀은 3번 이정후와 5번 김현수가 각각 멀티히트를 기록했지만 4번 타순에서 찬스가 번번이 끊겨 2-5로 패했다.

김경문 감독은 단기전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부진하더라도 선수를 믿고 내보낸다. 2008년 베이징 대회가 대표적이다. 예선 7경기 타율이 0.136(22타수 3안타)에 불과하던 이승엽을 끝까지 기용했고 이승엽은 준결승 한·일전 극적인 홈런으로 보답했다. 올림픽 9전 전승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믿음의 야구'가 빛을 발했다.

도쿄올림픽에선 13년 전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대표팀은 패자 준결승 미국전에서 4번 타자를 김현수로 바꿨다. 김현수는 앞선 경기에서 4할 5푼대 타율을 기록하며 대표팀 타자 중 타격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4번 타순에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대회 기간 4번 타자들은 하나같이 제 역할을 못 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은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팀 모두 도쿄올림픽은 짧은 기간 많은 경기를 소화해 투수 소모가 많았다. 지난 1일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선 양 팀 합계 안타 18개가 쏟아진 가운데 대표팀이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6일 만에 성사된 리턴 매치. 마지막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선 4번 타자를 중심으로 타선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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