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톡' 징계 착수한 변협, 정작 그들도 '로톡' 추진중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6:00

업데이트 2021.08.06 09:23

중앙일보가 5일 입수한 대한변호사협회 내부 문건. 문건에는 변협이 추진하는 '가칭 변호사 공공 정보센터' 플랫폼 구조도의 가안이 담겨있다. 강광우 기자

중앙일보가 5일 입수한 대한변호사협회 내부 문건. 문건에는 변협이 추진하는 '가칭 변호사 공공 정보센터' 플랫폼 구조도의 가안이 담겨있다. 강광우 기자

로톡 등 모바일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민간 플랫폼과 유사한 공공 플랫폼 서비스 출시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플랫폼 업체들은 이에 “민간 플랫폼엔 징계의 칼을 휘두르며 결국 민간 혁신 사업을 빼앗겠다는 게 목적이냐”고 반발했다. 변협 측은 “수익 사업은 계획하지 않아 민간 플랫폼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변협·서울변회 TF 꾸려 ‘공공 플랫폼 프로젝트’

5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변협 내부 문건에 따르면 변협,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임원진과 실무진은 지난달 22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칭 변호사 공공 정보센터'의 콘텐트 구성 등을 논의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는 변호사 공공 정보센터는 온라인 웹사이트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변호사 검색’과 ‘사건 의뢰’, ‘상담 예약’이 가능한 플랫폼 서비스다. 문건은 해당 서비스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국민들의 변호사에 대한 정보 불균형 해소 및 검증되지 않은 사설 법조 플랫폼의 난립 저지 등을 위해 공공성을 갖춘 공공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돼 서울변회와 대한변협 공동으로 법조인 공공 플랫폼을 개설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는 건 변협이 5일 로톡(로앤컴퍼니) 등 기존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대해 "온라인 브로커"라고 비판하며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 절차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변협은 이날 "개정된 변호사 윤리장전과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에 따라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지난 5월 변호사 윤리장전에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협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 '변호사 업무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법률 상담 연결·알선과 관련해 알선료·중개료·수수료·회비·가입비·광고비 등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 규정은 3개월 계도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5일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개정한 새 광고 규정에 따라 2000여명의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무더기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뉴스1

대한변호사협회가 5일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개정한 새 광고 규정에 따라 2000여명의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무더기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뉴스1

문건엔 "플랫폼은 논란, 변호사 공공 정보센터 제안"

특히 문건에는 이들이 기존 플랫폼 업체들과의 갈등을 의식한 대목도 있었다. 협회(변협으로 추정) 측 의견이라는 항목에는 “현재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논란의 중심에 있고 회원들의 반감이 매우 큰 만큼 ‘플랫폼’의 기능적인 측면만 차용하고,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을 규정하는 용어로 ‘변호사 공공 정보센터(가칭)’ 부를 것을 제안함”이라고 기재됐다. 첨부된 PPT 형태의 문건에는 '사설 플랫폼 현황'이라며 로톡, 네이버 엑스퍼트, 로시컴, 로앤굿의 운영방식과 가입 변호사 수, 상담 건수 등의 정보도 담겼다.

공공 플랫폼을 수익 사업화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도 있다. 문건에는 “변호사와 소비자간 연락 방법을 채팅이나 전화 연결 서비스로도 제공할 경우, 무료 법률상담 형태는 있어서는 안 되고 일정 금액을 결제한 후에 법률 상담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개발했으면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변호사협회. 연합뉴스

서울변호사협회. 연합뉴스

"로톡 그대로 베꼈다" vs. "이윤 목적 아니라 문제 안 돼"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변협이 추진하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변호사 정보와 상담 예약, 사건 의뢰, 선입금 상담 예약 솔루션 등은 민간 업체 플랫폼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며 “민간 플랫폼 업체에 가입하는 변호사들은 징계하겠다더니 그와 똑같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건 내로남불 아니냐”고 말했다.

변호사 단체들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서울변회의 고위 임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기업 플랫폼은 이윤 추구를 하면서 시장 독점적 형태를 목표로 해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로 허용할 수 없지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은 공감하기 때문에 변협과 서울변회가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공공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플랫폼과 어떤 게 다른지 묻자 그는 “민간 플랫폼은 돈을 많이 내는 변호사들을 우선적으로 홍보해주는 반면 공공 플랫폼은 검증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만든다”며 “중개 목적이 아니라 변호사법 위반 소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변협 관계자도 “대가성이 전혀 없고 모든 변호사가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민간 플랫폼과 큰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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