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싶었던 배꼽티·깔맞춤…'세기말 패션' Y2K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5:00

골반이 드러날 정도로 내려 입은 청바지, 배꼽 보이는 짧은 상의, 과하게 반짝이는 액세서리…. 20여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Y2K 패션이 돌아왔다. 컴퓨터가 1900년과 2000년을 모두 ‘00’으로 인식해 오류가 날 것이라는 괴담이 돌았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당시 유행했던 세기말 감성의 패션이다.

유치한데 눈길 끄네..‘패리스힐튼’ 그 패션

얼마 전까지 1990년대에 푹 빠져있던 패션계가 2000년대 초반으로 유행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당시를 풍미했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패리스 힐튼의 스타일을 떠올리면 쉽다.

발목 부문에서 넓게 퍼지는 통 넓은 바지를 한껏 내려 입고, 배꼽은 드러내며, 무채색보다는 핑크색 등 톡톡 튀는 컬러를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이때 액세서리는 화려할수록 좋다. 대담한 체인 목걸이나 꽃반지, 발목이 드러날 땐 발찌도 필수다.

핑크색 트레이닝 복 패션으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셀럽이다. 사진 핀터레스트

핑크색 트레이닝 복 패션으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셀럽이다. 사진 핀터레스트

패리스 힐튼의 전매 특허였던 형광색 벨벳 소재의 트랙 수트(운동복)도 대표적 Y2K 스타일이다. 이때 상·하의 색을 통일하는 일명 ‘깔 맞춤’은 핵심이다. 정제된 미니멀리즘의 시대였던 1990년대와는 사뭇 다른, 다소 과하고 유치해 보일 수 있는 화려한 패션이다.

벨라 하디드, 제니도 푹 빠진 2000년대 감성

Y2K 트렌드는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블랙핑크의 제니도 Y2K 스타일을 자주 선보인다. 사진 제니 인스타그램

Y2K 트렌드는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블랙핑크의 제니도 Y2K 스타일을 자주 선보인다. 사진 제니 인스타그램

시대를 앞서가는 패셔니스타들은 일찌감치  Y2K 패션에 빠졌다. 벨라 하디드·헤일리 비버·리한나 등 해외 스타들은 물론, 제니·화사·선미 등 K-팝 스타들도 Y2K 패션을 즐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2003년 그래미 어워드 파티에서 쓰고 나와 유행이 됐던 ‘본더치’ 모자를, 약 18년 후 2021년 리한나와 헤일리 비버가 다시 쓰고 등장했다. 이들은 여기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박힌 화려한 티셔츠나 탱크톱을 입고, 찢어지거나 주머니가 달린 과한 디자인의 청바지를 더한다.

'본더치' 로고가 박힌 트러커 모자와 형광색은 Y2K 패션의 핵심이다. 사진 헤일리 비버 인스타그램

'본더치' 로고가 박힌 트러커 모자와 형광색은 Y2K 패션의 핵심이다. 사진 헤일리 비버 인스타그램

상·하의 색을 맞춘 핑크색 운동복을 입고 등장한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도 Y2K 스타일의 귀환을 보여준다. 이때 골반에 걸친 허리를 돋보이게 하는 제니의 ‘벨리 체인’은 2000년대 감성 그대로다. 얇은 체인 목걸이를 벨트처럼 허리에 두르는 것으로 바지든 치마든 한껏 내려 입었던 2000년대 초반 스타들의 단골 액세서리다.

6일 컴백한 가수 선미 역시 Y2K 스타일 추종자다. 지난달 15일 딱 달라붙는 화려한 패턴의 셔츠를 배꼽이 드러나게 입고, 밑단이 퍼지는 청바지에 통굽 신을 입은 모습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선미는 “Y2K 시대의 귀환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Y2K 패션의 귀환을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가수 선미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스타일. 사진 선미 인스타그램

'Y2K 패션의 귀환을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가수 선미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스타일. 사진 선미 인스타그램

지난달 6일 컴백한 가수 태연도 두건과 벨벳 트레이닝복 등으로 2000년대 감성을 표현했다. 사진 태연 인스타그램

지난달 6일 컴백한 가수 태연도 두건과 벨벳 트레이닝복 등으로 2000년대 감성을 표현했다. 사진 태연 인스타그램

‘트루릴리전’ 재출시, ‘주시 꾸뛰르’도 협업 예고

패션계 시계가 2000년대를 정조준하면서, 당시를 풍미했던 브랜드도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재출시을 알린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이 대표적이다. 말발굽 모양의 로고와 옆선을 따라 흐르는 굵은 스티치, 골반 한참 아래부터 시작하는 ‘로우라이즈’ 청바지로 유명한 트루릴리전은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브랜드다.

1990년대의 정제된 미니멀리즘과 달리, 과하고 화려한 것이 2000년대 감성이다. 두꺼운 스티치 라인과 아래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라인이 특징인 트루릴리전의 청바지. 사진 트루릴리전

1990년대의 정제된 미니멀리즘과 달리, 과하고 화려한 것이 2000년대 감성이다. 두꺼운 스티치 라인과 아래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라인이 특징인 트루릴리전의 청바지. 사진 트루릴리전

벨벳 트레이닝 복으로 유명한 브랜드 ‘주시 꾸뛰르’의 시대도 돌아올 조짐이 보인다. 지난 3월 미국 캐주얼 브랜드 ‘포에버21’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의 성공 이후로 또 다른 협업 컬렉션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번에도 2000년대 초반 트렌드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 벨벳 소재의 트랙 수트, 스웨트셔츠, 배꼽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3월에 출시된 주시 꾸뛰르와 포에버21의 협업 캡슐 컬렉션. 사진 포에버21

지난 3월에 출시된 주시 꾸뛰르와 포에버21의 협업 캡슐 컬렉션. 사진 포에버21

2000년대 초중반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도 Y2K 패션으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패션 인플루언서 데본 리 칼슨과 협업해 출시한 컬렉션 전체가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진하게 풍기고 있다. 핑크색 그래픽 무늬 운동복에 크리스탈 장식의 티셔츠, 형형색색 요란한 상의와 프릴 원피스 등은 그 시절의 영화로운 패션 그 자체다.

마크 제이콥스와 데본 리 칼슨의 협업 컬렉션. 약 20여년의 세월을 건너 뛴 듯, 2000년대 초반 패션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 마크 제이콥스

마크 제이콥스와 데본 리 칼슨의 협업 컬렉션. 약 20여년의 세월을 건너 뛴 듯, 2000년대 초반 패션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 마크 제이콥스

Y2K 사랑은 밀레니얼보다 Z세대…, 왜?

재미있는 것은 Y2K 스타일을 온몸으로 겪어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보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자)가 Y2K 패션에 더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밀레니얼 세대들은 Y2K 패션을 촌스럽다고 인식하는 반면, Z세대들은 신선하고 쿨한 스타일로 받아들인다. Z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 ‘틱톡’에서 해시태그(#) ‘Y2Kfashion’은 1억5170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서도 해시태그(#) ‘Y2K’를 단 게시물은 206만 건수를 돌파했다.

인스타그램에선 해시태그(#) Y2K를 단 게시물이 200만 건을 넘어선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선 해시태그(#) Y2K를 단 게시물이 200만 건을 넘어선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전문가들은 Z세대가 경험해보지 못한 2000년대 초반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디지털 미디어 ‘리파이너리29’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소셜 미디어에 더욱 의존하게 된 Z세대가 대중문화가 번성했던 2000년대 초반을 ‘틱톡’에서 발견하면서 당시의 청춘 문화와 패션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 세대를 건너뛰어야 비로소 재유행이 시작된다는 ‘시기’의 적절성도 이유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트렌드랩 506 대표는 “Y2K 패션에 대해 밀레니얼들은 자신들이 이미 입어본 패션이라 촌스럽게 느끼지만, 한 세대 건넌 Z세대에게는 새로울 수 있다”며 “여기에 Y2K 패션의 대담하고 화려한 특징이 코로나19로 지쳐있는 Z세대에게 일종의 해방구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하고 대담한 Y2K 패션을 환영하는 건 밀레니얼보다 Z세대다. 사진 화사 인스타그램

화려하고 대담한 Y2K 패션을 환영하는 건 밀레니얼보다 Z세대다. 사진 화사 인스타그램

Y2K패션의 흥행은 최신 패션보다 중고 패션을 선호하는 Z세대의 쇼핑 습성과도 연관된다. 그들에겐  ‘빈티지 패션’으로 통하는 당시 패션 아이템들이 중고 패션 쇼핑몰에 대거 등장했고, 이를 활용해 Y2K 스타일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트레더시(Tradesy)’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Y2K 패션 관련 검색어인 ‘로우라이즈(50%)’ ‘베이비 티셔츠(200%)’ ‘카고 팬츠(28%)’의 검색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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