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동재 1심 무죄에도…검사장들, 한동훈 포렌식 집착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5:00

업데이트 2021.08.06 06:46

7월 18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뉴스1

7월 18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뉴스1

서울중앙지검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소위 ‘검언유착(검찰과 언론의 유착)’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1심 무죄 선고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원장이 이 전 기자 무죄 직후 “수사를 빨리 마무리해달라”고 의견서를 냈지만 “한 번 더 휴대전화 포렌식을 시도하겠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7월 16일 ‘검언유착’ 의혹을 야기한 한 부원장과 이 전 기자의 통화 녹취록, 녹음 파일에 대해 “(제보자 X) 지모씨가 존재하지도 않는 정·관계 인사의 금품제공 장부나 계좌파일이 있는 것처럼 언동하면서 요구·유도한 것”이라며 이 전 기자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이철 전 VIK 대표(수감중)에 대한 강요미수 행위 자체에 실체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는데도 휴대전화 포렌식을 구실로 정권에 밉보인 한 부원장을 괴롭히려고 무혐의 처분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수사 1년 반, 빨리 끝내달라” 요청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부원장은 지난달 16일 이 전 기자의 무죄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에 “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되레 같은 달 26일 “휴대전화 포렌식을 다시 한번 시도해보겠다”며 한 부원장의 변호인을 불러 참관하게 했다. 잠금장치가 풀어지지 않자 검찰은 “포렌식이 가능한지 여부를 아직 모르니 확인되면 연락해주겠다”며 변호인을 돌려보냈다. 이후 열흘이 지난 이날까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수사팀이 지난해 7월 29일 독직폭행 사태(당시 정진웅 형사1부장)까지 빚으며 한 부원장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도 불구하고 1년여간 포렌식에 실패했던 건 강력한 비밀번호 잠금 기능이 설정돼 있어서였다. 한 부원장은 “불순한 목적의 수사일 가능성이 있다”며 비밀번호 공개를 거부했다.

정 부장에 이어 수사팀을 이끈 변필건 전 형사1부장은 끝내 잠금 해제에 실패하고 ‘포렌식 불능’ 결론을 내린 뒤 총 9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해야 한다”고 결재를 올렸다. 이미 공개된 한 부원장과 이 전 기자의 대화 녹취 등에서 검언유착 정황을 찾을 수 없다는 근거에서다.

수사팀은 행여 아이폰 포렌식에 성공한들 무혐의 처분을 뒤집을 순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역시 “검언유착이 아닌 이 전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사건이다”라며 “한 부원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번번이 무혐의 결재를 미뤘다. “포렌식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기다리자”면서다. 이후 지난달 2일 변 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고, 이 신임 부장이 사건을 맡게 되었는데 이 전 기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포렌식의 희망을 되살리려는 것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정수 검사장이다. 그는 2015년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1부장을 지낸 바 있다.

7월 16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7월 16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이성윤 이어 이정현·심재철도 “포렌식 필요”

소위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검사장들도 한 부원장 포렌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 첫 재판 증인으로 나온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채널A 사건은 아직은 일면만 수사가 돼서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한 부원장 휴대전화만 열면 이틀에서 사흘 사이에 종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휴대전화를 열지 않고 사건을 종결, 마무리하면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도 “휴대전화를 열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한 검찰 간부는 “새 수사팀 입장에선 기존 수사팀이 이미 판단을 내려놓았다고 할지라도 책임을 지는 건 새 수사팀이기 때문에 꼼꼼히 재검토하고 일부에 대해선 다시 조사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고위 검사는 “한 피의자를 상대로 이렇게 1년 넘게 스토킹처럼 매달리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포렌식을 핑계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한 부원장에 대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별건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 “포렌식 구실로 무혐의 지연 의혹”

한 현직 판사는 “압수물도 재산권의 대상인데 1년 넘도록 돌려주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불법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마치 사무실 압수수색을 해놓고 1년 넘게 폐쇄해놓는 것과 비슷하다면서다.

서초동의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사건의 실체가 없다는 게 이 전 기자의 무죄 판결로 증명됐기 때문에 수사를 더 할 것이 없다”며 “해당 재판에선 한 부원장을 증인으로 부르지조차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한 부원장은 지난달 19일 입장문을 내고 “검언유착의 결정적 증거로 지목된 이 전 기자와의 녹취는 오히려 내가 무고하다는 증거라는 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녹취에선 이 전 기자의 취재 목표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거론하자 한 부원장이 “관심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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