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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민증 보여달라" 불심검문…한강의 밤이 깐깐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 한강사업본부 여의도안내센터가 야외·야간 음주 단속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음주 금지는 오후 10시부터였지만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오후 8시 30분 이미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들이 계도 활동에 한창이었다.

하늘색 티셔츠에 남색 조끼 차림의 단속원은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시민들에게 “음주는 밤 10시 까지다”“밤 6시 이후엔 3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며 반복적으로 안내했다. 아직 음주 제한시간 전이어서 시민들은 다소 불편한 기색이었지만 단속원들의 말에 수긍했다.

3人 모이자 신분증 확인…“같이 거주하시냐”

3일 오후 8시30분 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서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야외 음주', '18시 이후 3인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 계도 활동에 나섰다. 허정원 기자.

3일 오후 8시30분 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서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야외 음주', '18시 이후 3인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 계도 활동에 나섰다. 허정원 기자.

단속원은 10~15분 정도 광장을 살펴보다 인증 사진을 찍어두고 센터로 복귀했고, 다른 근무자가 교대로 현장에 투입됐다. 야외음주 금지 10분 전인 오후 9시 50분이 되자 단속이 한층 강화됐다. 혼자서 단속하던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경찰 3명과 함께 ‘4인 1조’를 이뤄 돌아다니면서 “비운 맥주캔도 버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 한강아라호 임시선착장 앞에 있는 30여개의 야외 테이블에선 점포 직원들이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함께 안내했고, 시민들은 자리를 떴다.

3인이 함께 앉아있는 경우 “함께 거주하는 분들이시냐”며 신분증을 검사해 주소를 확인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던 시민 3명이 ‘I SEOUL U’ 구조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이 역시 제지했고, 시민들은 사진 촬영 후 신속히 자리를 떴다. '밀착 계도'에 10시가 되자 오히려 광장은 한산해졌다. 이는 ‘밤 10시 야외음주 금지’ 단속이 시작된 지난달 6일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당시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을 찾았을 땐 단속원이 떠난 후 계속 음주를 하는 사람들, 커피잔에 물인 척 속여 술을 담아온 시민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북적이던 한강…4단계 후 바뀐 분위기

밤 10시6분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한강사업본부 직원들과 경찰의 합동 단속이 끝난 후 공원이 더 한산해졌다. 음주를 하지 않으면 2인까지 함께 공원에 머물러도 방역수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허정원 기자

밤 10시6분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한강사업본부 직원들과 경찰의 합동 단속이 끝난 후 공원이 더 한산해졌다. 음주를 하지 않으면 2인까지 함께 공원에 머물러도 방역수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허정원 기자

현장 책임자인 김홍식 한강사업본부 여의도안내센터장은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7월 12일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단속도 단속이지만 한강에 나오는 시민 수 자체가 줄었고 대부분 먼저 방역수칙 지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부·지자체가 법적 근거 마련에 들어가는 등 분위기가 엄격해진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여의도안내센터 관할인 원효대교~서강대교 구간 평일 동시 이용객은 당초 350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00명대로 줄었다.

실제로 3일 현장을 찾았을 때 대부분의 시민이 2명씩 짝을 지어 앉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3명씩 온 경우는 2명ㆍ1명씩 떨어져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멀리서 서로 물을 건네주는 모습도 보였다. 잔디밭에 자리를 편 시민을 세어보니 이벤트 광장 인근으로 약 10팀 남짓이었다. 40년째 한강공원에서 근무 중인 망원한강공원 청소반장 A 씨는 “여름이면 치킨, 떡볶이, 술 냄새가 진동했는데 거리두기 4단계 들어 많이 깨끗해졌다”며 “코로나19가 끝나도 깨끗하게 이용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8시30분 경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시민들이 둘씩 짝지어 스탠드에 앉아있다. 허정원 기자.

지난 3일 8시30분 경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시민들이 둘씩 짝지어 스탠드에 앉아있다. 허정원 기자.

불응 사례도 여전…'2차 위반' 84건

그러나 단속원들의 고충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거리두기 4단계 시작 후 단속반과 함께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 B 씨는 “한번은 어르신 네분이 약주를 하시고 누워 계셔서 이동 요청을 드렸는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셔서 놀란 적이 있다”며 “종종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면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서울 내 11개 한강공원에서 지난달 9~25일까지 순찰 중 1차 계도에도 불응, 2차로 방역수칙을 위반해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총 84건이었다.

같은 기간 단속 인력은 누적 3209명(직원 1348명, 경찰 1861명)이었고, 계도 건수는 6024건이었다. 지난 7월 출범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의 도움으로 하루 100여명이 순찰에 합류하고 있다. 황인식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시민의 휴식공간인 한강공원을 단속해 결과적으로 이용 인원이 줄어드는 상황에 마음이 편치는 않다”면서도 “코로나19 4차대유행이라는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5일 뚝섬한강공원에서 경찰이 10시 이후 공원에서 음주하는 시민들을 계도 하고 있다. [한강사업본부]

5일 뚝섬한강공원에서 경찰이 10시 이후 공원에서 음주하는 시민들을 계도 하고 있다. [한강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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