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쥴리벽화에도 몰려간 유튜버…말 거칠수록 '슈퍼 챗'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앞에 ‘쥴리 벽화’가 그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대가 붐비고 있다. 정치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와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현장 정리를 위해 경찰도 출동했다. 김지혜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앞에 ‘쥴리 벽화’가 그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대가 붐비고 있다. 정치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와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현장 정리를 위해 경찰도 출동했다. 김지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쥴리 벽화’가 논란이 되자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온 이들이 있다. 바로 정치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쥴리 벽화 언론보도가 나간 지난달 28일 오후부터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 앞에서 진을 쳤다. “너무 보기 싫다”며 차량으로 벽화를 가려 보수와 진보 간 논쟁에 불을 붙이는가 하면, 벽화가 모두 지워질 때까지 벌어진 혼란의 순간을 개인 방송에 담았다. 현재는 뜸해진 상태지만 보수단체의 고발 기자회견 등이 예정돼 있으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 일대에선 정치 관련 사건이나 집회시위가 발생하면 유튜버가 몰려오는 일이 잦다. 종로 관할 경찰관들이 “사건이 터지면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친정부 지지자가 ‘종로를 시끄럽게 하는 극우 유튜브 OUT’이라는 포스터를 붙이자 보수와 진보진영 유튜버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해선 인턴기자

친정부 지지자가 ‘종로를 시끄럽게 하는 극우 유튜브 OUT’이라는 포스터를 붙이자 보수와 진보진영 유튜버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해선 인턴기자

‘슈퍼챗’, 극적 순간에 터진다

유튜버는 왜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갈등에 빠르게 반응할까.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색을 띠는 유튜버들은 보통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거나 유튜브 내 ‘슈퍼 챗’(Super Chat) 기능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슈퍼 챗은 유튜브 실시간 방송 시청자가 본인의 댓글을 고정하거나 강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서비스다. 라이브 스트리밍 진행자가 슈퍼 챗 기능을 사용하려면 나이 만 18세 이상, 구독자 수 1000명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세계 주요 나라의 슈퍼 챗 상위 목록에는 ‘게임’ 채널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엔 ‘시사’ 채널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중에서 2018년 7월 개설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15억 원에 육박하는 가장 많은 슈퍼 챗 수익을 올렸다.

슈퍼 챗은 극적인 순간에 폭증하는 경향이 있다. 가세연 진행자인 강용석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2월 경찰에 긴급 체포됐을 당시 하루 1500만 원가량의 슈퍼 챗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그의 부인 김씨의 쥴리 의혹을 처음 제기한 ‘열린공감TV’도 5일 기준 주간 슈퍼 챗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채널의 라이브 시청자 순위는 주간 1위를 차지했다.

사진 플레이보드 캡처

사진 플레이보드 캡처

“‘주목=수익’ 되는 시대” 

대중의 관심이 곧 돈이 되다 보니 유튜버들은 이목을 끌기 위한 소재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선정성 논란,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우려도 지속해서 불거진다. 한 유튜버는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를 다뤄야 조회 수가 잘 나오니 비슷한 콘텐트가 우후죽순 양산된다”며 “이때 클릭을 유도하려면 자극적 섬네일과 제목을 달게 되고 ‘카더라 통신’을 사실인 양 덧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개인 미디어가 활성화하면서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가 됐다”며 “주목의 정도가 수익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정보 제공자들은 정치적 극단주의를 추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어 “이런 허위 조작은 전통 언론과 공신력 있는 정보원 나아가 사회 전반 정보의 신뢰를 손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쥴리 벽화’가 그려진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시민들. 이 모습을 유튜버들이 찍고 있다. 김지혜 기자

지난달 29일 ‘쥴리 벽화’가 그려진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시민들. 이 모습을 유튜버들이 찍고 있다. 김지혜 기자

“법적 강제성보단 사회적 규제 필요”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선 법적 규제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공기(公器) 역할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도 거세다. 심두보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나서 언론을 제어하긴 어렵다. 반민주주의적 행태라고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또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유튜브와 팟캐스트가 의견 제시 창구가 됐다는 점에 비춰 정치권이 정권 재창출과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도구로 이들 채널을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법적 규제보단 사회적 규제(Social Regulation)가 합리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용석 교수는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추천 알고리즘 조정을 통해 사회에 해(害)가 될 가능성이 높은 콘텐트를 걸러야 한다”면서 “전통 언론은 부화뇌동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며, 이용자들은 왜곡된 정보를 가려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찬석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면 제재를 받듯 1인 미디어를 심의·중재할 기본 장치 역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