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금메달 대기록…"아빠의 88서울 메달이 내게 힘을 줬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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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이크 매킨타이어(왼쪽)와 2021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딸 에일리드 매킨타이어. 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 트위터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이크 매킨타이어(왼쪽)와 2021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딸 에일리드 매킨타이어. 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 트위터

아빠는 서울올림픽, 딸은 도쿄올림픽. 영국에서 부녀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지난 4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요트 470급 메달 레이스에서 영국의 에일리드 매킨타이어(27)와 한나 밀스(33)가 금메달을 따내면서다. 매킨타이어는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이크 매킨타이어(65)의 딸이다. 33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이웃 나라 한국과 일본에서 부녀가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매킨타이어는 10살 때부터 아침에 일어나 방에서 나오는 순간 매일 금메달을 봤다. 막연하게나마 금메달에 대한 동경을 기르며 성장했다. 그는 4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아빠의 금메달이 담긴 금박 프레임 액자가 내 침실 바로 앞 벽에 걸려 있었다”라며 “아빠는 평생 나에게 영감을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는 “단지 그곳이 액자를 걸어두기 가장 좋은 곳이었을 뿐”이라면서도 “지난해에야 액자가 눈에 띈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딸 매킨타이어의 금메달을 향한 꿈은 12살이 되어 더 확고해졌다. 세일링 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걷기도 전부터 배를 탔던 매킨타이어는 어릴 때부터 요트 선수를 꿈꿨고, 15살에 470급에 입문했다. 올림픽에서 요트 470급 경기는 2인 1조로 길이 470㎝ 딩기 요트를 타고 10일간 매일 레이스를 치른 뒤 상위 10팀이 메달 레이스에서 승부를 가른다. 결선 전날 딸에게 “담대하고 용감하라”고 말해줬던 아버지는 “에일리드와 한나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며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은퇴 고민하던 밀스 마음 바꾼 전화 한 통 “금메달 따자”

한나 밀스(오른쪽)와 에일리드 매킨타이어가 4일 도쿄올림픽 여자 요트 470급 금메달이 확정되자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나 밀스(오른쪽)와 에일리드 매킨타이어가 4일 도쿄올림픽 여자 요트 470급 금메달이 확정되자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매킨타이어와 호흡을 맞춘 밀스는 사실 이미 이 종목에서 세계 최고다. 밀스는 사스키아 클락과 함께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후 이번에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두 번의 올림픽에 함께 출전했던 클락이 리우올림픽 후 은퇴하자 밀스 역시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매킨타이어로부터 받은 전화였다. “금메달을 같이 따고 싶어요.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매킨타이어 덕에 다시 한번 세계를 제패하면서 세계 최고 여성 요트 선수로 자리매김한 밀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여성 선수들이 많이 있고 (내 기록도) 곧 깨질 것”이라며 “다음 세대의 여성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 둘의 조합은 올림픽 무대에선 이번이 마지막이다. 밀스는 도쿄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데다, 2024 파리올림픽부터 요트 470급 종목은 남녀 구별 아닌 혼성 경기로 바뀌기 때문이다. 밀스는 “남녀가 함께 정상에서 겨루는 장면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고무적일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밀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그러나, 성평등도, 스포츠맨쉽도 아니었다. 환경이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지구와 바다에 한 일로 인해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지금, 지구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환경 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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