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정애의 직격인터뷰

"언론 억압적 규제, 박정희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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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준웅 서울대 교수가 3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언론중재법 관련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가 3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언론중재법 관련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중진 언론학자인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성향을 굳이 나누자면 진보 쪽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언론정책엔 그러나 대단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로 인해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비난도 받는다.
 그의 말은 이랬다.
 “‘언론개혁’을 이렇게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포털 규제, ‘가짜뉴스’ 규제를 통해서 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민주당인 거고 난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닌 것 같아 처음부터 아니라고 해왔고…. 그런데 배운 자로서 이걸 지적하지 않으면 정말 안 될 것 같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일방처리한 언론중재법안에 대해서 “뭐부터 지적해야 할지, 초점 맞출지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라고 했다.

[진보 언론학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
민주국가선 언론 처벌법 상상 불가
여당, 위헌 돼도 상관 없다 믿는 듯
어떻게 힘으로 공론장 만들어내나
정작 야당 때 외쳤던 개혁안은 부진

 -언론 5단체뿐 아니라 관훈클럽도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친여 성향이라는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우려 논평을 했다. 언론계가 이 정도로 한목소리였던 때가 있었나 싶다.
 “이 사안이 정파적 정쟁의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광범한 반대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2020년 10월 한국신문협회 주관으로 열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대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6대1인가 7대1인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세미나 구성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불평했을 정도였다. 현재 전문가 의견 지형에서 보면 반대가 상당히 많다.”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봐서겠다.
 “다음 세 가지만이라도 꼭 지적하고 싶다. 첫째,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심각한 함의인데도 도처에 명확하지 않은 개념과 용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애매한 조항으로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면 위험하다. 위헌 소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규정하는데,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하는 일이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의 사실성 인식을 얼마나 초래한 기사여야 조작보도라 할 수 있는지 특정할 수 없다. 둘째, 고의 및 중과실 추정이란 제도다. 예컨대 뉴스의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경우에 언론사에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추정되므로 조정이나 민사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지 않고 언론사 쪽에 입증책임을 지운다는 뜻이다. 이는 민사소송법의 원칙(피해자 입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청구권을 신설했다. 이른바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조항은 사실상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임시 조치’처럼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정과 반론을 통해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아니라 지우는 방식으로 언론을 규율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언론중재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언론중재법의 취지라면.
 “원래 언론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한 대안적 분쟁 조정제도다. 그런데 여기에 처벌 조항을 잔뜩 넣어뒀다. 개정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새로운 제도를 창설한 것이다. 중재 이후 벌어질 민사소송에서 판사의 재량 영역에 있는 손해배상 액수를 한정해 이 법안에 넣었다. 법학자들이 말하는 ‘법의 체계 정당성’ 문제인데, 그런 말을 쓰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선 언론을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는 제도를 만든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기 어렵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이용해 언론을 규제하려다가 모두의 반발로 결국 80년까지 시행을 보류했던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언론에 대한 억압적 규제는 박정희 대통령도 못한 일이다.”

 -해외 입법 사례가 없다고들 말한다.
 “나라마다 각자 역사성과 처한 환경, 맥락에 맞춰 길을 찾아 나가는 게 개혁이란 점에서 어디에 없어서 온당치 않다는 논리로 말하긴 그렇긴 하지만 이런 법은 없다. 중재제도 자체가 전 세계에 별로 없는 데다, 징벌적 규제를 강화해 넣었으니 더 없을 것이다.”

 -이대로 처리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고의 중과실은 엄청난 조항이다. 공직자는 예외로 한다지만 얼마든 엎어 칠 수 있다. 언론이 자기에게 불리한 일을 하고 있다 싶으면 ‘불법 취재 아니냐’고 일단 중재를 걸어놓고 민사소송까지 가면 언론이 ‘불법 안 했다’를 입증해야 한다. 전 세계 언론 중 BBC 정도만 입증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기사와 제목이 맞지 않는 것도 중과실인데 얼마나 맞아야 맞는 것인가. 언론인들이 지금 억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쟁점 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대투쟁 릴레이 시위 중인 KBS노동조합의 허성권 위원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허위?조작보도 등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됐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쟁점 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대투쟁 릴레이 시위 중인 KBS노동조합의 허성권 위원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허위?조작보도 등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됐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에선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고도 말한다.
 “배상 한도가 과도하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요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 언론중재법으로 민사소송의 배상액의 범위를 규정해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무리하다.”

 이 교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 등도 징벌적 손배제의 책임 대상으로 규정한 걸 두고 “사법관할권 밖에 있는 해외사업자가 범할 수 있는 인격권 침해는 사실상 방치하면서 국내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사업자를 규율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매개자들이 자체검열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KT나 SKT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맞다. 우리 사회가 입만 열면 공정이라는데 핵심 개념 중 하나가 이런 거다. 어떤 제도를 만들 때 그 제도의 영향받는 사람이 목소리를 안 내면 안 된다. 또 참가하는 사람이 자기만의 이익을 돌보기 위해 법을 만들면 안 된다(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런 법을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 자기가 힘이 있을 때 법을 만들어놓고 나중에 위헌 돼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믿는 것 같다. 슬픈 일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징벌을 더 하는 식으로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없다’는 칼럼을 통해서 명예훼손·모욕죄 등을 거론하며 “언론보도를 규제하기 위해 광범위한 형사처벌 규정을 그대로 두고 새롭게 민사적 징벌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억압적인 처사”라고 했었다. 민주당이 이번에 한 방식이다. 그는 “처벌에 처벌을 더 하는 일”이라며 “황당하다”고 했다.

 -사실 진정한 언론개혁 과제들이 오히려 밀렸다는 평가다.
 “개혁안들이 막혀 있다. 대표적으로 공영방송의 이사진 구성과 사장 선임 방법을 개혁하자는 논의는 아직도 진전이 없다. 이 사안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정당 추천 인사들이 공영방송 이사진을 농단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딴 건 몰라도 이건 되겠지 했는데 안 됐다.”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 마지막에도 기자실 폐쇄 때문에 언론과 대결했었다.
 “우리나라 주류 언론이 보수 쪽으로 경도된 것이 사실이고 진보적 정권이 주류 언론에 대해서 일정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주류 언론을 포함한 공론장을 어떻게 개혁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세무사찰(김대중), 취재 선진화 방안(노무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론 등 어느 하나 제대로 진행해서 제도적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 나는 전제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타율로 자율적 제도를 만들어내겠다는 설계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둘째, 뉴스품질이나 서비스 개선을 위한 경쟁을 유발하는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 효과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설계가 없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데 과거 개혁안의 실패로부터 배운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9년간 언론자유의 옹호자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30대 청년을 고소했다. 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 5·18 왜곡처벌법도 처리했다. 아이러니다.
 “박근혜 대통령 때 (검찰이) 일본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걸 두고 강하게 비판하고 다녔었다. 반의사불벌죄여서 청와대가 한마디만 해주면 됐는데 입을 다물고 있어서였다. (문 대통령이 모욕으로 고소까지 해서) 할 말을 잃었다. 안타깝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발언의 자유에 대해서 왜 이렇게 처벌적이고 억압적인 정책 기조를 갖게 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마도 공론장이 근본적으로 왜곡돼 있다고 믿고 정치적으로 개입해서라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공론장을 어떻게 힘으로 두들겨서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이 교수가 중재법안에 내내 비판만 했던 건 아니란 사실을 기록할 필요가 있겠다. 중재위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정당원·공직 후보자 출신에게 3년 경과 규정을 추가한 걸 두고 그는 “당파심이 가득한 사람이 이런 공적 제도에 옮겨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런 건 잘한 것”이라고 했다.

고정애 논설위원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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