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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거미소녀, 오르지 못할 벽? 내겐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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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4일 서채현이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예선 리드 경기에서 15m 암벽의 12m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이 종목 1위를 차지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서채현이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예선 리드 경기에서 15m 암벽의 12m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이 종목 1위를 차지했다. [AP=연합뉴스]

‘거미 소녀’ 서채현(18·서울신정고)이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메달에 도전한다.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리는 여자 콤바인 결선에서다. 그는 지난 4일 예선에서 20명 중 2위에 올랐다. 결선 진출자는 8명이다.

서채현, 오늘 스포츠클라이밍 결선 #“암벽 타느라 손가락 지문 다 닳아”

서채현의 손가락에는 지문이 거의 없다. 수없이 홀드를 잡다 보니 닳아 지워졌다. 김상선 기자

서채현의 손가락에는 지문이 거의 없다. 수없이 홀드를 잡다 보니 닳아 지워졌다. 김상선 기자

스포츠클라이밍은 새 정식 종목이다. 콤바인은 ▶스피드 ▶볼더링 ▶리드의 세 종목 점수(순위)를 곱한 포인트로 순위를 정한다. 낮을수록 순위가 높다. 서채현은 예선에서 85포인트(17X5X1)를, 1위 야냐 가른브레트(슬로베니아)는 56포인트(4X1X14)를 각각 기록했다.

서채현 첫 세부종목인 스피드(15m 암벽 빨리 오르기)에서 10초01을 기록했다. 출전 선수 20명 중 중간순위 17위. 그다음 세부종목 볼더링(로프 없이 5분 안에 암벽 4개 루트를 적은 시도로 많이 완등하기)에서 5위로 선전했다. 꼭대기 홀드(암벽의 돌출부)인 ‘톱(Top)’을 2개 성공하고, 가운데 홀드인 ‘존(Zone)’을 4번 찍었다. 중간순위 10위로 올라갔다.

마지막 세부종목은 리드(15m 암벽을 6분 안에 높이 오르기). 터치한 홀드 개수로 점수를 매긴다. 서채현은 완등 직전인 홀드 40개까지 올랐다. 2위 예시카 필츠(오스트리아)가 33개였다. 7개는 압도적인 차이다. 스피드 직후 17위였던 중간순위는 2위로 수직 상승했다. 서채현은 리드 종목 세계 최강자다. 지난해에만 리드 월드컵 4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9년에는 이 종목 세계 1위였다.

이창현 대표팀 감독은 “콤바인의 경우 최소한 2개 종목은 잘해야 한다. (가장 약한) 스피드는 연습 베스트 기록(9.9초)에 근접했다. 리드와 볼더링에서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채현이는 평소 ‘벽에 매달리면 편안해진다’는 아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챙겨준 김자인(33)의 장점을 거의 다 흡수했다. 신중함과 문제 해결능력이 (김자인을) 빼닮았다. 경기 직전 홀드와 루트 관찰할 시간을 주는데, 굉장히 빨리 흐름을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김자인은 리드 월드컵 최다우승자(28회)로 ‘암벽 여제’라 불린다. 김자인은 “채현이는 볼더링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데도, 볼더링의 경우 주 종목 선수보다도 잘했다. 긴장하지 않고, 동작이 부드럽고 본능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채현의 부모는 아이스 클라이밍 국가대표 출신 서종국(48)과 스포츠 클라이머 전소영(47)이다. 7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실내암장에서 놀며 클라이밍을 익혔다. 고교생인 그는 오전 수업을 마치면 교복 차림으로 실내암장을 찾아 훈련한다. 그는 “홀드를 수없이 잡아 출입국 때 지문 인식이 안 될 정도”라는 동료 말에 “아직 미성년자라서 자동 입출국 심사는 안해봤지만,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는 4일 예선 직후 “여자배구(터키전 승리)를 보고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며 결선에서도 선전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5일 소셜미디어에 “결승에서는 더 즐겁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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