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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한마디에,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이 움직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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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의원 74명이 이달 중 개최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설훈·유기홍·진성준 의원 등은 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연합훈련은 그 규모와 관계없이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에는 난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결단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민주당 의원 61명과 정의당(6명)·열린민주당(3명)·기본소득당(1명) 의원이 서명했다. 무소속 김홍걸·양이원영·윤미향 의원도 참여했다.

한·미연합훈련 연기 촉구 공동성명 #송영길 “이건 김여정 얘기” 비판 #김병주도 “훈련 진행 중 중단 안 돼”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놓고 여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찬반으로 맞선 가운데 5일 설훈 의원(왼쪽에서 둘째) 등 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조건부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놓고 여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찬반으로 맞선 가운데 5일 설훈 의원(왼쪽에서 둘째) 등 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조건부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이날 성명은 사실상 당 지도부의 의견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어서 당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노골적인 훈련 취소 압박이 여권의 분란을 야기하는 형국이 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성명 발표에 앞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 간 합의된 훈련은 불가피하다”며 “한·미 동맹과 한·미 간의 신뢰를 기초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원내부대표도 “지금은 연합훈련의 연기나 취소를 주장하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라며 “훈련에 참석할 미군이 대부분 한국에 입국한 상태로 한창 훈련이 진행되는 중에 정치권에서 축소하거나 중단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설훈 의원은 “우리는 불가피하다는 (송 대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거듭된 우려에도 성명 발표가 강행되자 송 대표는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것(훈련 연기론)은 북측의 김여정 부부장이 이야기한 것이지 않나”라며 “이미 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런 걸 이유로 연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의 미군 차량. [연합뉴스]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의 미군 차량.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선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김여정 명령에 대북전단금지법, 일명 ‘김여정 하명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김여정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또다시 위장 평화쇼로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내팽개친 것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훈련이 연기될지는 미지수다. 한·미 군 당국은 이미 지휘관 세미나와 전술 토의 등 사실상의 연합훈련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연합훈련은) 아직 시기나 규모,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미는 각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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