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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선까지 파고든 간첩 활동, 철저히 단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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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의힘은 5일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전투기 도입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로 청주지역 활동가들이 구속된 것을 '간첩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5일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전투기 도입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로 청주지역 활동가들이 구속된 것을 '간첩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 지역의 노동단체 활동가 4명(3명 구속)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친북 간첩 활동이 우리 사회 저변에 도사리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미국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를 위한 거리 서명운동,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공개적으로 벌였다. 마치 정당한 시민운동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중국 현지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친북 지하조직 결성’ 지령과 함께 공작금 2만 달러를 수령한 뒤의 활동이라고 수사 당국이 파악했다. 피의자들은 “국가정보원이 불법 사찰을 통한 조작 수사로 다 엮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국정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이 간첩 사건을 일부러 만들어 처벌할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정부가 떠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임에도 얼마나 사안이 심각하면 법적 단죄에 나섰는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문했고, 피의자들이 북한 공작원들과 접촉한 사진, 북한 지령문, 보고문, 김일성 주석에 대한 충성서약문 등 물증도 확보했다고 한다.

북한 지령·공작금 받은 청주 간첩단 #정치권 침투 배후 규명, 안보 지켜야

간첩 사건의 실체 못지않게 충격적인 것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오던 이들 4명이 지난 대선 당시인 2017년 4월 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대책위 노동특보단으로 활동하고 문 후보 지지 기자회견도 했다는 점이다. 야당이 이번 사건을 ‘문재인 간첩특보단 게이트’라고 규정한 배경이다. 이들 중 한 명은 2014년 지방선거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고, 당시 안철수 의원 싱크탱크에 이름이 올랐다. 지역 언론사를 운영하는 또 다른 한 명은 자신들의 활동을 기사화했고, 2016년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난 1월 ‘윤석열 및 검찰 탄핵’ 광고 제안서를 배포하며 신문 광고비 400만원 모금을 제안, 주도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공개적인 대북 지지·지원 활동을 넘어 직접 정치권에 침투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미다. 지역 운동가로 분식한 간첩 세력이 지방 언론, 지방 의회, 노동계 등을 넘어 중앙 정치 무대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통일밤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 운동’을 위해 여당의 다선 의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고위 관계자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활동이 어느 선까지 연결되는지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수사 당국은 정치권 연루 간첩단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간첩이나 북한에 포섭된 사람이 정치권과 정부기관에 침투하면 대북 정책이 왜곡되고,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여야를 떠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청와대도 예외일 수 없다. 이들 4명이 특보단에 발탁된 경위를 소상히 밝히는 것은 최소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