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민간판 김영란법’ 추진에, 농축수산업계 일제히 반발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0:02

지면보기

종합 15면

정부가 일반 국민이 주고받는 선물에도 상한액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농축수산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용 판매 준비가 한창인데 민간에서 오가는 선물 가격 상한까지 정부가 정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 ‘청렴 선물기준’ 마련 방침
일반인 선물에도 상한액 권고안
추석 앞두고 “지나친 규제” 논란
업계 “코로나 끝난 뒤에나 논의를”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선물 가액 기준을 민간 부문에도 적용하는 ‘청렴 선물기준’ 권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수총)는 권익위에 권고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농축수산업계는 권익위가 김영란법의 음식물 3만원, 경조사비 5만원(화환 10만원), 선물 5만원(농축수산물 10만원) 기준을 민간 이해관계자 간의 선물에도 준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익위는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권고 성격의 윤리강령”이라며 “명절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반해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

업계는 권고안이 “김영란법에 이은 또 다른 규제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수총은 “권고안이 자율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 입장에서는 이를 규제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청렴 문화의 민간 확산을 위해 권고안을 추진한다면 적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경제·사회적 안정을 이루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뒤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국한우협회도 4일 성명을 내놓으며 “추석 명절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비대면 선물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상품 판매 준비에 여념이 없는 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선물을 주고받으면서도 찜찜한 생각에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업계는 또 현행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인 10만원이 너무 낮아 김영란법 개정을 통해 이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권익위가 이번 권고안을 마련한 것이 김영란법 개정 논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권익위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 한해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을 준비하면서는 “매년 명절 기간마다 김영란법 시행령을 개정해 선물 가액을 조정하는 것은 법 취지를 훼손하고 청렴 사회를 향한 의지 약화로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익위가 꺼내든 ‘민간 선물 가이드라인’ 논의 상황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농축수산물 생산자 단체는 권익위를 찾아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먼저 생산자 단체와의 협의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관계부처가 권익위와 이견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