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 “서정이 덕에 금, 이젠 내가 그 기운을 주고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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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금메달리스트 신재환(왼쪽)과 여자 도마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이 서로를 격려하며 활짝 웃었다. 임현동 기자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금메달리스트 신재환(왼쪽)과 여자 도마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이 서로를 격려하며 활짝 웃었다. 임현동 기자

“(여)서정이 덕분에 금메달 땄습니다. 이제 제가 이 기운을 전달하고 싶어요.”

한국 체조 대들보 ‘도마 남매’ 인터뷰
신 “서정이와 주먹 맞대며 힘 얻어”
10월 세계선수권서 영광 재현 기대

여 “다음 목표는 아빠를 이기는 것”
3년 뒤 파리올림픽서 금메달 노려

새로운 ‘도마의 신’ 신재환(23·제천시청)과 ‘도마 공주’ 여서정(19·수원시청)을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났다. 지난 2일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딴 신재환은 가방 속에서 금메달을 꺼내 보여줬다. 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한 번 만져보세요”라고 기자에게 권유했다. 폐가전으로 만들어서인지 다른 올림픽 메달보다 묵직했다.

신재환은 “서정이로부터 메달을 딴 기운을 받아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앞으로는 내가 그 기운을 주고 싶다”며 웃었다. 여서정은 지난 1일 대회 여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처음으로 획득한 메달이었다. 전날까지 긴장했던 신재환은 “서정이와 주먹을 부딪치며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경기 시작 전 땀을 뻘뻘 흘리며 긴장했던 신재환은 1차 시도에서 불안하게 도약했지만, 깔끔하게 착지했다. 그는 “어제 결승 영상을 보고 내가 긴장한 걸 알았다. 사실 1차 시기에서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착지 때 몸이 바로 서졌다. 정말 신기했다”며 웃었다.

이날 신재환은 여서정을 만나 다시 한번 “고맙다”고 했다. 그러자 여서정은 “이게 금메달이구나”라며 결승 경기 전 그랬던 것처럼 싱긋 웃으며 신재환과 주먹을 맞댔다.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신재환 선수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신재환 선수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재환은 여서정의 아빠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50) 경희대 교수가 만든 기술 ‘여2’를 구사해 금메달을 땄다. KBS 해설위원으로 신재환 경기를 중계한 여 교수는 “신재환 선수, 정말 축하한다. 솔직히 부럽다”고 했다. 여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도마에서 준우승했다. 뒤늦게 이 이야기를 들은 신재환은 “여 교수님이 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고 도쿄로 갔다. 그 모습이 정말 부러웠고, 나도 잘하고 싶었다.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여 교수는 여서정의 경기도 해설했는데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아아악!” 하고 소리 지르며 기뻐했다. 여서정은 도쿄에 가기 전 “올림픽 메달을 따면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집에 돌아오자마자 약속을 지켰고, 그 장면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여 교수는 여서정의 메달을 걸고 자신이 애틀랜타 대회에서 딴 메달을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여서정은 “열심히 해서 나중에 아빠를 이기겠다”고 새로운 목표를 선언했다. 여 교수는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에 가기 전 서정이가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가고 싶다고 했다. 신기술을 하나 더 연습하고 있다고 하더라. 이게 완성된다면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신재환과 여서정은 한국 체조의 현재이자 미래를 이끌 선수다. 올림픽 후에도 쉴 틈이 없다. 10월 일본 기타큐슈에서 세계체조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오는 19일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 나갈 수 있다. 신재환은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올해 남은 목표가 하반기 세계선수권 입상이다. 조금만 쉬고 나서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서정도 아직 세계선수권을 정복하지 못했다. 도마에서 2018년 5위, 2019년 8위를 기록했다. 여서정은 “이번 올림픽 입상을 발판 삼아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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