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없는 탄소 중립? 탄중위의 3가지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17:21

업데이트 2021.08.05 17:30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마련하기 시작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베일을 벗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는 5일 3가지 버전의 온실가스 순배출량 초안을 내놓고 약 두달간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당초 약속과 달리 완전한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전 사회적 비용 부담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면서도 본격적인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탄중위는 화석 연료 유지·활용과 신재생에너지 확보 등 핵심 감축 수단을 다르게 적용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 2, 3안은 탄소 배출량 정점이었던 2018년(6억8630만t) 대비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96.3%, 97.3%, 100% 감축하는 걸 목표로 한다.

논란 큰 석탄 발전 '유지' 가능성

탄소 배출 목표 차이가 가장 큰 부문은 '에너지 전환'이다. 1안은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유지하면서 기술발전 등을 통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4620만t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2안은 1안의 실천 방안을 유지하면서 석탄 발전을 없애 온실가스를 3120만t까지 감축하는 방안이다. 유일하게 순배출량 '0'(넷제로)이 되는 3안은 석탄·LNG 발전을 모두 중단하는 대신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탄중위 민간위원장은 "정상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를 중단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정당한 보상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석탄 발전을 유지해도 탄소 포집ㆍ저장(CCUS) 기술로 순배출량 0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3가지 시나리오는 수송·건물·농축수산 등의 부문에서도 각각 다른 탄소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다. 다만 산업 부문에서 1~3안의 2050년 목표 배출량은 모두 5310만t으로 같았다. 2018년 대비 79.6% 감축한 수치다. 폐기물 부문 목표치도 440만t으로 동일했다.

배출 남은 1·2안…"탄소 중립 아니다"

지난 4월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기관 비전선포식'. 뉴스1

지난 4월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기관 비전선포식'. 뉴스1

초안 발표 후 시민단체들은 "온실가스를 여전히 배출하는 시나리오(1·2안)에 '탄소 중립'이란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력 부문에서 탈 석탄·탈 화석연료를 달성하지 못했다. 배출량 '0'을 제시한 3안에서도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 수송수단의 퇴출 시점이 명시돼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린피스는 시나리오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단체는 "반드시 포함돼야 할 목표는 언급조차 없고 탄소 배출을 계속하려는 안까지 들어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비용 언급 없다" vs "논의 출발점"

학계에선 "탄소 중립 비용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지용 카이스트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세 가지 방안에 따른 탄소 중립 비용이 시나리오에 보이지 않는다. 비용 없이 목표만 내놓는다면 국민들은 어떤 방안이 좋은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중위가 법적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NDC 설정이나 산업 개편 방향을 직접 논하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완전한 넷제로가 아니더라도 1~3안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건 탄소 중립 논의의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탄소 중립 최종안은 10월 말 발표

탄중위는 10월 말 2050 탄소 중립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 3가지 초안을 바탕으로 시민단체, 학계,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다. 최종 시나리오는 3개 안 중 하나가 채택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마련된 한국의 탄소 중립 방안은 오는 11월 기후변화총회에서 국제사회에 공표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