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텔링

[그래픽텔링] 코시국 혐오 사용, 여성-40대-보수가 많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16:38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 벽화'가 친여, 친야 성향의 지지자들이 각각 남긴 혐오성 낙서에 얼룩져있다. 뉴스1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 벽화'가 친여, 친야 성향의 지지자들이 각각 남긴 혐오성 낙서에 얼룩져있다. 뉴스1

혐오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혐오표현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누적된 분노는 혐오로 일그러진다. 정치적 혐오가 내포된 작은 벽화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쇼트커트'가 젠더 혐오로 이어지곤 한다.

<'혐오 팬데믹' 한국을 삼키다> 6회(끝)
수치로 확인한 혐오표현

내가 피부로 느끼는 혐오만큼 우리 사회도 혐오로 가득 찼을까.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은 '숫자'로 혐오 정서를 확인해보기 위해 대국민 인식조사와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분석을 해봤다. 그렇게 나온 수치는 혐오 수준이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걸 보여줬다. 평범한 국민의 생각과 행동도,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에 쌓인 수많은 글도 그랬다.

코로나발(發) 혐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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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이 지난 5월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게 혐오 인식 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35.8%는 코로나19와 연관 지어 특정 집단에 혐오 표현을 쓴 적 있다고 밝혔다. 국민 3명 중 1명꼴이다.

이들의 코로나발 혐오는 계층별로 갈렸다. 혐오 표현을 써봤다는 여성 비율(37.3%)이 남성(34.3%)보다 소폭 높게 나왔다. 연령별로는 40대가 가장 높았고 30대, 20대가 뒤를 이었다. 또한 고학력층에서 상대적으로 혐오 정서가 두드러졌다. 혐오 표현 사용은 이념적 성향에서 제일 뚜렷하게 갈라졌다. 자신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6%)가 코로나 혐오 경험이 있었다. 반면 진보는 37.5%, 중도는 32.8%만 혐오에 나섰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혐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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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은 인식 조사 과정서 주요 표현 예시를 제시하고 이런 표현이 '혐오 표현'으로 보는지 동의 여부를 물었다. 그랬더니 '틀딱충, 맘충, 똥꼬충, 한남충'처럼 특정 집단을 벌레에 비유한 단어가 혐오 표현이라는 데 75.1%가 공감했다. 국민은 이러한 혐오에 대해 제일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수구꼴통과 토착왜구, 좌빨과 빨갱이 같은 이념적 성향 비난도 74.7%가 혐오표현이 맞다고 봤다.

반면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나타났다. '동성애는 치료받아야 할 질환'이라는 문장을 혐오표현으로 판단한 사람은 10명 중 6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응답자의 40.7%는 혐오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봤다. 상당수 국민이 동성애를 일종의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의 민폐, 조선족은 범죄의 근원'이라는 논리에도 3명 중 1명(34%)은 혐오 표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젠더 혐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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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서 제일 심각해진 이슈가 '젠더 갈등'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남혐, 여혐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사회적 변화에 대한 반발성 공격)가 흔히 일어난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 등도 혐오를 부추긴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걸까. 여혐이 이전보다 심각해졌다는 인식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선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이 과거보다 약화했다는 응답자가 40.8%로 가장 많았다. 이전보다 심화했다는 비율은 33.9%였다. 반면 올해 특별취재팀 조사에선 절반 가까운 48.2%가 여혐이 심해졌다고 밝혔다. 예전과 비교해 약해졌다는 응답은 26.6%에 그쳤다. 지난 2년 새 피부로 체감하는 여혐 수준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중국인·중국동포 혐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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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은 중국인과 중국 동포를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 '중국 동포=중국인'이라는 생각이다. 이들에 대한 손가락질도 도매금으로 이뤄지곤 한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드러난 여론은 꼭 그렇진 않았다. 중국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다 같이 소환되긴 했지만, 둘은 미묘한 차이점을 보였다. 한국과 중국 가운데에 선 '경계인'으로서의 중국 동포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이 사이람에 의뢰해 지난해 1월~올해 4월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데이터 264만4713건(5개 특정 시점, 16개 키워드 설정)을 분석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폭발했던 지난해 1차 유행 시기, 중국인 키워드의 버즈량(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글 수)은 꾸준히 많았다. 1차 유행 전(1월 20일~2월 19일)은 6만5594개, 유행 후(2월 20일~3월 19일)는 5만8489개였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코로나가 유입되기 전부터 중국 유행 상황, 한국 정부 방역 정책 등과 관련해 관심이 집중된 걸 보여준다. 반면 조선족 키워드의 버즈량은 1차 유행 전 2494개에 그쳤다가 유행 후 1만8894개로 확 뛰었다. 코로나 확산보다는 이 시기 터진 여론 조작 음모론,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의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혐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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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로 대표되는 지역 혐오 정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겨냥한 혐오표현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에 대한 비난이 결합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된 혐오표현을 분석했더니 지난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구는 1년 동안 다양한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1차 유행 시기엔 대구 코로나, 대구 폐렴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는 토착 왜구, 고담 대구 등으로 바뀌었다가 적폐, 범죄자로 옮아갔다. 대구를 향한 혐오가 정치·사회 영역을 오간 것이다. 반면 코로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했던 전라도는 꾸준히 사용돼 온 빨갱이, 홍어, 라도 등의 혐오표현이 상위권을 지켰다.

혐오 대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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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정서가 우리 사회에 짙게 깔리면서 국민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전 사회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응답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 혐오를 무시하고 방치하기보단 사전 예방하거나 사후 처벌도 필요하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언론이 혐오 조장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올해 93.3%였다. 2년 전엔 87.2%였는데 6%포인트 넘게 올랐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 혐오·차별 대책 수립(85.9%), 혐오·차별에 대한 형사 처벌(77.4%) 등도 찬성 여론이 2년 새 강해졌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혐오 대상이 이념부터 시작해 성별, 연령대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나도 언제든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만인에 의한 만인의 혐오 사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이해와 관용, 공감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3불 현상(불안·불만·불신)을 해소하고 정치 언어도 순화해야 혐오 정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은 우울(블루)과 분노(레드)를 동시에 가져왔다. 특히 두드러진 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노와 공격이다. 서구에선 아시아인 등에 대한 증오범죄와 혐오발언(헤이트 스피치)이 이어진다. 국내서도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혐오 정서가 난무한다. 여혐ㆍ남혐 논란, 중국동포(조선족)와 성소수자 비난 등이 대표적이다.

'성별, 장애, 출신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편견을 조장하고 멸시ㆍ모욕ㆍ위협을 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 혐오표현의 정의(2019년 인권위 보고서 참조)다. 이러한 혐오표현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왔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출하는 모양새다. 혐오는 때론 내 이웃을 향하고, 종종 나 자신을 겨누기도 한다. 팬더믹 1년 반,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우리 안의 혐오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를 살펴봤다. 혐오표현이 근거로 삼는 명제들이 맞는지도 '팩트체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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