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김현 “언론에 재갈 중단”…법조계 與언론중재법 비판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16:37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 등 법조계 원로들이 여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악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송 전 소장과 김현 전 회장은 이날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명의로 “언론중재법 개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한다”며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개정 중단 촉구 성명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언론사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정정보도의 크기와 위치를 강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뉴스1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언론사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정정보도의 크기와 위치를 강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뉴스1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송 전 소장이 고문, 김현 변호사가 상임대표로 2019년 10월 법제도 개선을 위해 출범한 법조인 단체로 김병철·김선홍·서영득·이상용·황적화 변호사 등 법조계 원로 및 주요 로펌 대표들이 부회장이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현재 226명의 변호사를 포함해 242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성명서에서 “민주국가의 존립, 언론·출판의 자유의 중요성 및 제한의 한계에 비추어 개정안은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출판의 자유는 민주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바, 넓게 보장돼야 한다”며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있어서도 단순히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익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민주주의를 위축하는 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에 그 제한은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규정된 다른 법률은 손해액의 최대 3배의 배상책임밖에 부과할 수 없는 반면 개정안은 최대 5배의 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해당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 1 수준의 손해배상 기준금액 하한을 설정해 법원의 손해배상액 인정의 재량을 극히 제한한 부분 역시 다른 법률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면서다.

성명은 “진실을 추적하고 권력을 견제하며 시민 사회의 공론장을 이끄는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킬 우려가 큰 개정안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현 “입법 땐 권력 취재와 비판 크게 위축…독재로 나아갈 것”

김현 상임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이 이대로 처리 된다면 특히 권력에 대한 언론의 취재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정권을 비판하는 취재원 역시 취재 응대를 꺼리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권이 더욱 독재 방향으로 가고, 일방적인 행정을 밀어붙이는 등 자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크게 해치는 독소조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이번 성명서를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언론중재법' 주요 내용 및 전문가·야당 의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민주당 '언론중재법' 주요 내용 및 전문가·야당 의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허위·조작 보도 등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했다. 야당과 언론계, 학계 등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권은 이달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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