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아들 이름 부르며 통곡”…학동 붕괴참사 유가족 눈물의 탄원서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12:50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주택재개발 사업 건물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불법 하도급과 입찰 비리 등 참사 원인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한다. 이들은 탄원서에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해 ‘꼬리 자르기 수사’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담았다.

"어머니를 참사 제물 삼지 말라”…철저한 수사 촉구

유가족 “과실 아닌 미필적 고의 살인”

5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사업 붕괴참사 현장 옆으로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사업 붕괴참사 현장 옆으로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학동 붕괴사고 유가족들은 5일 오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참사 원인을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 공사현장 5층 건물이 철거 도중 왕복 6차선 도로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이우스는 “이 사건은 기업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회구성원들의 책임의식도 함께 붕괴한 것”이라며 “유족들은 이 사건이 과실 범죄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가슴 치고 있다”고 말했다.

“꼬리 자르기 수사될까 불안”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건물 붕괴 원인과 관련된 업체 공사방식과 선정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이 발견된 공사 관계자 23명을 입건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경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붕괴 참사 관련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붕괴 참사 관련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붕괴 건물 철거공사 원청업체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안전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현장소장만 구속됐다. 한 유가족은 이에 대해 “건물 붕괴사고를 지켜본 국민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가는 첫 판결”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가 꼬리 자르기를 걱정했지만, 꼬리든 머리든 법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 믿었다”면서도 “수사와 재판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철거 공사 인허가 과정에서 처벌 대상에 오른 공무원이 단 1명이라는 점에도 의문을 던졌다. 이 유가족은 “광주시와 동구청이 참사 이후 유가족들을 도와줬어도 참사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광주시와 동구청은 현대산업개발의 입장만 전달하면서 참사 흔적 지우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슬픔 “참사의 제물 삼지 말아달라”

지난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9명의 사망자 유가족들은 탄원서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전하면서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희생자들이 참사의 제물이 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했다.

참사로 아들을 떠나보냈던 아버지는 “아들의 참혹한 죽음이 떠오를 때마다 숨이 막혀오고 미칠 것 같아 가슴을 치며 꺽꺽 울부짖는 아빠를 불쌍히 여겨달라”며 “애 엄마는 자다가도 새벽에 깨어나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처절히 통곡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현대산업개발이 조속한 사고수습과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다며 면피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사고 책임을 명명백백 밝히는 것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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