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아픈티 안내는 사기꾼…수술엔 '식빵' 외치며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12:11

업데이트 2021.08.05 13:41

김연경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김연경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을 올림픽 4강 무대에 올려놓은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의 주치의 김진구 명지병원장이 "내게는 응원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환자였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무릎관절 분야에서 국내에서 손꼽는 전문가로, 특히 스포츠 손상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김연경은 과거 세 차례 무릎수술을 받았다.

김 원장은 4일 김연경이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부 8강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연경은) 힘든 티, 아픈 티를 한 번도 내지 않고 계속 코트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기꾼(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이라며 "한마디로 빈틈이 없어 상대 팀 선수들도 두렵고 존경하는 선수"라고 밝혔다.

그는 "그녀를 처음 진료실에서 본건 15년 전 18세의 나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 연봉 5000만원의 새내기였다"며 "이 친구는 점프·착지를 할 때마다 아파서 뛰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약도 처방해주고, 강력한 소견서도 써주어 휴식을 취하게 조치를 했다. 중대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재활 치료를 최소 6주간 하기를 권장했다"며 "그런데 며칠 후 TV를 보니 소리를 질러가며 멀쩡하게 뛰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뛰는 게 아니라 그 선수 하나 때문에 인기도 없던 여자 배구가 인기 스포츠로 올라가는 게느껴질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김진구 명지병원장. [사진 명지병원]

김진구 명지병원장. [사진 명지병원]

김연경이 수술을 할 2008년 당시에도 그는 부상에도 시즌 경기를 다 소화했다며 "국가대표 소집 강행군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태극마크 달고 뛰는 경기는 또 다른 힘이 날 테니 응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데 며칠 후 진료실에 그녀가 나타났다"며 "MRI를 보니 우측 무릎 관절 안 내측 반월상 연골이 파열돼 무릎 안에 조그만 덩어리가 걸려 있었고, 그 큰 키에 수비 동작 때마다 무릎을 급격히 구부리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술은 불가피했다"고 회상했다.

또 "문제는 구단은 국가대표를 포기하고 지금 수술을 받기를 원했고, 선수는 자기가 있어야 대한민국이 본선 진출을 할 수 있다는 책임감에 불타 있었다"며 "선수를 보호하고자 하는 주변의 말에도 불구하고, 김연경 선수의 답은 단순했고 단호했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아 식빵~~ 뛰어야지요. 저는 선수인데…. 대한민국 선수란 말이에요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해요. 아픈 건 언제나 그랬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연경은 김 원장이 밝힌 2008년 무릎 수술로 인해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포기해야 했다.

김 원장은 "난 아직도 이 선수의 그 단순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며 "그녀는 단순하고 무식하지 않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두뇌 회전이 빠르다. 그리고 누구보다 프로답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그녀는 혼잣말로 들리지 않게 '식빵 식빵'을 외치며 닭똥 같은 눈물을 조용히 정말 조용히 흘리고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했다"며 "정말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눈물, 그 후로 난 그녀가 눈물을 보이거나 누구 탓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연경 선수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커다란 감동을 보고 있다"며 "믿기지 않는 투혼"이라고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나열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응원하겠다. 결과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며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김연경 선수를 위해 박수를 아끼지 않겠다"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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