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기 반대' 국보법 혐의자, 올초엔 尹탄핵 광고 모금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11:50

업데이트 2021.08.05 13:53

8월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8월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북한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운동’ 등을 벌인 혐의를 받는 손모 씨가 올해 1월 진보 성향 신문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싣기 위해 모금 운동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손씨는 지난 2일 청주지법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돼 이 사건 주요 피의자 4명 중 유일하게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손씨는 지난 1월 13일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충북지부장 명의로 「충북도민 명령 “윤석열 탄핵, 검찰개혁, 사법개혁 촉구” 언론광고투쟁」 제목의 제안서를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손씨 등 4명은 2017년쯤부터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수차례 만나 “한국으로 돌아가 북한 노선에 동조하는 지하조직을 결성하라” 등 지령과 함께 활동자금 2만 달러를 받은 뒤 이적행위를 해온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F-35A 도입 반대, 통일밤묘목 보내기 운동 등을 위해 여당 중진의원 등 다수 여권 인사들과 접촉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정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이들이 중국 선양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 3명과 접촉한 사진, 이들과 주고받은 ‘지령문’‘보고문’‘충성서약문’ 등이 담긴 e메일과 문건을 확보했다고 한다. 피의자들은 “국정원 등이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2021년 8월 5일 『[단독]"스텔스기 반대 文특보단, 北 2만달러 받고 與중진 만나"』 참고)

“한겨레에 광고 싣게 400만원 모으자”

손씨는 윤석열 탄핵 제안서에서 “검찰과 사법부의 횡포가 이미 도를 넘었다”며 “언론광고 투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겨레신문에 광고를 내는 것을 목표로 1인 1만원(총 400만원) 모금 운동을 벌여나가자”고 제안했다. 목표 모금액이 400만원인 건 앞서 1월 7일 ‘특권없는 사회만들기 전남도민연대’가 비슷한 내용으로 한겨레신문에 광고를 실은 비용이 400만원이기 때문이라고 손씨는 설명했다.

모금 계좌번호 명의는 ‘디엠지평화인간띠운동충북본부’였다. 손씨 등 간첩 혐의자 4명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했다는 활동 가운데 하나가 DMZ 인간띠잇기 운동이었는데, 이 단체 앞으로 광고 비용을 모금한 것이다.

손씨는 또 같은 날 「윤석열 탄핵을 위한 충북지역 1촌 맺기 운동을 발기합니다」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 문제는 남녘의 민주주의를 위한 장구한 투쟁과 업적을 고수하는가 마는가 하는 문제”라며 “촛불 국민의 명령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집행하고, 적폐청산 투쟁을 중단 없이 진행하기 위한 민주 민권의 문제이자 반외세 자주화 투쟁의 기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추미애, 검찰개혁 위해 투쟁” 추켜세워

같은 자료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 개혁을 위해 사력을 다해 투쟁하였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9일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언급됐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지난해 12월 30일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손씨의 윤석열 전 총장 관련 탄핵광고 모금 활동은 최근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본부는 “본부와 손씨가 이끄는 충북지부의 활동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본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충북지부는 독립적으로 활동 중이고 본부와 교류는 꽤 오랜 시간 안 했다”며 “활동 보고도 안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충북지부가 지난 1월 13일 배포한 제안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탄핵을 촉구하기 위한 광고비 모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충북지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충북지부가 지난 1월 13일 배포한 제안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탄핵을 촉구하기 위한 광고비 모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충북지부]

손씨 “정상적 NGO 활동…조작 수사” 혐의 전면 부인

간첩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인 손씨는 중앙일보에 “이제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30년가량 동안 내가 했던 모든 NGO(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북한 지령에 의한 것으로 확대할 듯한데, 그럴수록 나는 좋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NGO 활동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잣대로 어떻게 재단될 수 있는지 여과 없이 보여줄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왜 폐지돼야 하는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충격적 사건, 문재인 신속·정확히 해명해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이기도 한 윤 전 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충격적인 간첩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신속하고 정확한 해명을 촉구한다”며 “피의자들이 어떻게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 특보단으로 임명됐는지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당 중진 의원들뿐만 아니라 피의자들과 접촉하고 정치활동을 논의한 여당 정치인이 더 있다면 이 또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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