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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서 온 마라토너 오주한, 하늘 간 한국 아버지 위해 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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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2019년 경주마라톤에 출전한 오주한. [연합뉴스]

오주한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2019년 경주마라톤에 출전한 오주한. [연합뉴스]

'한국인 아버지'를 위한 뜨거운 레이스를 준비한다. 귀화 선수 최초로 오주한(33·청양군청)이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다.

8일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 출전 #2018년 케냐에서 특별귀화 마라토너 #귀화 이끈 오창석 감독 지난 4월 별세 #한국과 오 감독 위한 메달 의지 다져

한국은 도쿄올림픽 육상에 7명이 선수가 출전했다. 마라톤엔 오주한과 심종섭(30·한국전력, 이상 남자), 마라톤 안슬기(29·SH공사)와 최경선(29·제천시청, 이상 여자)이 나선다.

눈길을 끄는 선수는 오주한이다. 그의 원래 이름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육상 중장거리 강국 케냐 출신이다. 2018년 9월, 특별귀화를 통해 오주한(吳走韓)이란 이름의 한국인이 됐다. 국가대표 선수로 국제대회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주한'은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이다. 오씨는 그에게 한국과 인연을 만들어준 오창석 감독의 성(姓)을 딴 것이다. 케냐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20세 때 육상에 입문했다. 케냐에서 마라톤 캠프를 운영하던 오 감독을 만난 뒤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귀화를 준비했다. 하지만 도핑 테스트에 걸려 2년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다. 오주한은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징계 후 다시 귀화를 시도하자 국내 육상계에선 갑론을박이 일었다. 오주한의 최고 기록은 2시간5분13초(2016년). 2000년 이봉주가 세운 한국 기록인 2시간7분20초보다 빠르다.

찬성측은 '황영조와 이봉주 이후 눈에 띄는 선수가 없는 한국 마라톤에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대측은 "손기정 선생을 떠올려라.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한국인의 혼이 담긴 종목이다. 메달을 위해 외국인을 데려와야겠냐"는 주장을 폈다. 우여곡절 끝에 에루페는 2018년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9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42초를 기록해 도쿄올림픽 출전기준도 통과했다.

오주한과 그의 한국 아버지 고 오창석 감독. [뉴스1]

오주한과 그의 한국 아버지 고 오창석 감독. [뉴스1]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에루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4월 케냐 고산지대 훈련 도중, 오창석 감독이 풍토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오주한은 슬픔을 이겨내고 오창석 감독과 약속한 도쿄올림픽 메달이란 꿈을 위해 훈련에 집중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다. 세계기록(2시간1분39초) 보유자인 킵초게는 2019년 인류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2시간 이내에 완주하기도 했다. 공식 대회가 아니고, 페이스메이커도 41명이나 동원해 공인된 기록은 아니지만 기량만은 여전하다.

하지만 변수가 많다. 도쿄올림픽 마라톤은 더위를 피해 일본 북부 삿포로에서 열린다. 경기 시간도 오전 7시로 옮겨졌다. 폐회식 전 마지막 경기로 치러지던 전통도 깨졌다.

삿포로도 섭씨 30도를 뛰어넘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남자 마라톤이 열리는 8일엔 소량의 비 예보도 있다. "하늘에 계신 한국인 아버지 오창석 감독님과 새 조국 대한민국에 메달을 안기겠다"는 오주한의 약속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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