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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뜨면, 거긴 다 떴다···월드컵대교·맹방해변 홍보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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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대교에서 'Butter' 공연을 선보인 BTS. 사진 유튜브캡처

월드컵대교에서 'Butter' 공연을 선보인 BTS. 사진 유튜브캡처

지난 6월 4일 서울시에는 뜻밖의 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세계적인 팝스타로 발돋움 한 방탄소년단(BTS) 측이 서울영상위원회를 통해 '월드컵대교에서 영상물을 제작하고 싶은데 가능하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BTS 측은 영상물의 내용과 활용 여부는 철저히 함구했다.

지자체들 "우리 지역도 와주면 좋겠네"

서울시는 흔쾌히 제안을 수용했다. 11년의 공사를 끝내고 연말 개통을 앞둔 월드컵대교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기대는 현실이 됐다. 국내뿐 아니라 영상을 본 외국인들조차 '저 아름다운 다리는 어디냐'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진재섭 서울시 토목총괄과장은 “세계적 아티스트인 점을 고려해 선뜻 협조했는데 결과적으로 큰 홍보가 됐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앨범재킷과 공연 등의 배경이된 장소 역시 세계적 명소로 뜨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대신 국내 촬영으로 옮겨오며 나타난 예상밖의 효과다.

BTS 덕에…'11년째 공사중' 월드컵대교 주목 

BTS가 월드컵대교에서 선보인 버터 무대가14일(현지시간) 미국 NBC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통해 방송됐다. 연합뉴스

BTS가 월드컵대교에서 선보인 버터 무대가14일(현지시간) 미국 NBC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통해 방송됐다. 연합뉴스

BTS가 월드컵대교에서 촬영한 영상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9주째 1위를 차지한 노래 '버터(Butter)' 공연이었다. BTS는 어둑한 밤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진 월드컵대교를 누비며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이 영상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NBC의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지미 팰런쇼)’에서 송출됐다. 지미 팰런쇼 유튜브 채널에 영상이 올라가면서 조회수 1400만회를 훌쩍 넘겼다.

특히 영상 중간중간엔 월드컵대교와 한강, 서울 야경 등이 풀샷으로 잡혀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에는 “다리릍 통째로 빌리다니 대단하다”“(BTS 무대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대체 다리 위치가 어디냐” 등등 영어 댓글이 달리면서 월드컵대교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코로나로 막힌 해외촬영, 의외의 효과

무대 배경을 월드컵대교로 선정한 데는 소속사인 하이브 측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소섭외 등 촬영 전반에 관한 결정도 지미 팰런쇼 제작진이 아닌 국내 제작진이 주도적으로 했다"면서 "대교를 향해 쏘아 올린 조명 등 무대장치 전반도 제작진이 직접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도 촬영을 지원했다. 삼성물산 측은 6월 12~16일 3차례에 걸친 현장답사에 동행했고, 공사 자재·중장비를 이동시키고 교량 청소까지 다양하게 협조했다. 촬영을 위한 스태프 교량진입도 도왔다.

명소 된 맹방해변…"촬영일 아무도 몰랐다" 

지난 3일 오후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변 백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BTS의 버터 앨범 재킷과 똑같은 모습으로 제작된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삼척시]

지난 3일 오후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변 백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BTS의 버터 앨범 재킷과 똑같은 모습으로 제작된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삼척시]

BTS 덕에 유명세를 누리는 건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BTS의 버터 앨범 재킷 촬영장소였던 강원 삼척시 맹방해변은 ‘방탄투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삼척시는 지난달 30일부터 BTS 앨범 재킷 촬영 때 소품으로 사용된 비치발리볼 네트와 심판 의자 등을 그대로 백사장에 재현했다.

평일인 지난 3일 오후 맹방해변엔 앨범 재킷을 그대로 재현한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수아(14·여·경남 거제시) 양은 “버터 앨범 재킷을 보고 너무 예뻐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실제로 보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맹방해변에서 촬영된 BTS '버터'(Butter) 싱글 CD의 콘셉트 이미지. 연합뉴스

맹방해변에서 촬영된 BTS '버터'(Butter) 싱글 CD의 콘셉트 이미지. 연합뉴스

맹방해변의 섭외와 촬영 진행도 첩보전을 방불케 할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지난 3월 삼척시 관광과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BTS 소속사 관계자라고 밝힌 한 남성은 “BTS의 앨범 재킷을 맹방해변 백사장에서 찍고 싶은데 어떤 허가가 필요한지 알고 싶다”고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유정옥 삼척시 관광마케팅담당은 “사진만 촬영하는 거라면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자유롭게 촬영을 해도 괜찮다”고 답변했다. 이후 앨범 재킷 촬영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BTS 소속사 측은 삼척시에 '촬영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인파가 몰릴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담당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삼척시 공무원조차 그날 촬영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방탄투어' 성지된 강원도…英 내셔널갤러리도 동참 

2017년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에 등장한 강릉 주문진 향호해변은 방탄투어 제1의 성지다. 세계 한류 팬이 가보고 싶은 ‘BTS 명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앨범 재킷 촬영을 위해 정류장을 만들었고 촬영 후 철거했지만, 문의가 폭주해 강릉시가 2018년 복원하며 명소가 됐다.

지난해 방영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BTS in the SOOP(인 더 숲)’ 촬영지인 춘천 사북면 가일리 역시 호숫가에서 낚시하는 등 여유를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BTS가 스치기만 해도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린다"며 "지자체 입장에선 '우리 지역에도 한번쯤 꼭 들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BTS 인기에 올라탄 해외 명소도 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BTS 멤버 RM이 영국 BBC 라디오1 ‘라이브 라운지’에 출연해 영국의 국민화가인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자, 곧바로 이를 트위터에 공유하고 터너의 작품인 'Forever Rain' 등 홍보에 나섰다. 두 게시물은 약 2만6000개의 리트윗, 6만4000개의 좋아요 등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내셔널갤러리 측은 트위터를 통해 'RM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J.M.W 터너 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해당 화가의 작품 홍보에 나섰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내셔널갤러리 측은 트위터를 통해 'RM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J.M.W 터너 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해당 화가의 작품 홍보에 나섰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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