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10대" "흑역사 민망"…2030들 싸이월드 ID 인증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05:00

지난 2일 일부 서비스를 재개한 싸이월드. 아이디 찾기를 하면 사진과 같이 보유한 사진과 동영상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지난 2일 일부 서비스를 재개한 싸이월드. 아이디 찾기를 하면 사진과 같이 보유한 사진과 동영상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지난 2일 싸이월드가 아이디 찾기 서비스를 재개한 이후 싸이월드를 즐겼던 밀레니얼 세대들이 보인 반응이다. 이들은 ‘아이디 찾기’ 인증샷을 쏟아내며 앞다퉈 싸이월드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다.

SNS 원조격 싸이월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유행했던 소셜미디어(SNS)의 원조 격이다. 그러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다국적 기업의 SNS가 국내 본격 상륙하면서 점차 인기가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폐업 위기에 몰렸고, 로그인되지 않는 수난까지 겪었다.

싸이월드 화면 [사진 싸이월드제트]

싸이월드 화면 [사진 싸이월드제트]

올해 초부터 정상 재개를 예고한 싸이월드 측은 수차례 재오픈을 미룬 끝에 2일 서비스를 일부 시작했다. 다만 현재 서비스는 아이디를 찾고, 보유 중인 사진과 동영상 수 정도만 확인시켜주는 ‘맛보기 서비스’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서 사진과 다이어리 글 등을 전부 확인할 수 있는 정식 서비스는 추후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리운 시절”

 ‘맛보기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싸이월드의 복귀를 반기고 있다. 2일 이후 인스타그램에 ‘싸이월드’ 키워드로 올라온 아이디 찾기 인증 게시물만 약 400여개에 달한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2일 서비스 직후 하루 만에 누적 접속자 수가 4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싸이월드가 열리자마자 아이디 찾기를 시도한 김민진(34)씨는 “싸이월드에는 나의 10대와 20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따로 사진 등을 저장도 하지 못해 싸이월드 부활이 더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윤은지(29)씨도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가 계속 미뤄져서 짜증 날 정도로 기다렸다. 사진과 친구와의 기록 등 그 당시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기대된다.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들어가서 사진과 기록 등을 둘러볼 것”이라고 했다.

싸이월드를 즐겼던 이들은 ‘싸이월드’만의 특징에 주목했다. 이모(33)씨는 “싸이월드는 노래나 앨범, 미니룸 같이 개성적으로 나를 표현할 수단이 더 많았다. 그래서 지금 보면 창피한 글들이나 사진 등 감성적인 ‘싸이월드 감성’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서비스 시작 이튿날 아이디 찾기를 한 이한상(39)씨는 “지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은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사용하는 사람들의 나잇대 폭이 넓지만, 당시 싸이월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허세 가득한 특유의 싸이월드 감성이 있었던 거 같다”고 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

 모두가 싸이월드의 부활을 반기는 건 아니다. 유모(31)씨는 “너무 창피한 기억들이 많고 민망할 거 같아서 앞으로도 싸이월드 아이디를 찾을 생각은 없다”며 “싸이월드 접속이 원활하기 직전 친구들이 당시 사진을 찾아서 보내준 적이 있다. 같이 웃으며 그때를 추억하긴 했지만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싸이월드 측은 “원치 않는 기록에 대해서는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회원들이 아이디를 찾고 나면, 오픈 전에 흑역사를 정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SNS로 사용할지는 미지수 

싸이월드가 단순 밀레니얼 세대들의 ‘추억찾기’를 넘어 일상 SNS로 남을 수 있을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싸이월드는 초창기 인터넷 사용자에겐 추억의 대상이지만, 요즘 세대들에겐 생소한 플랫폼"이라며 "싸이월드가 현재 진행형의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이슈를 만들고 마케팅과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해야 할 텐데, 그 정도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싸이월드 측은 “그냥 한번 찾아오게 하는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와 페북과 자웅을 겨루려는 것이다. 미니룸 일촌 등 기존 싸이월드만의 문화에다가 인기가 있었던 배경음악 기능 등을 강화하면 충분히 MZ세대를 끌어당길 수 있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