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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이 속마음 털어놨던 기자 “김정은 20㎏ 감량, 건강 위기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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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11년 마카오의 호텔 카페에서 김정남과 만난 고미 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왼쪽). [중앙포토]

2011년 마카오의 호텔 카페에서 김정남과 만난 고미 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왼쪽). [중앙포토]

‘김정은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날’.

고미 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 #“10년내 권력서 내려올 가능성 충분 #김여정, 오빠 대행은 역부족일 듯” #정남과 e메일 150통 “못 도와줘 답답”

김정은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날

김정은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날

일본의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신간(사진)의 제목이다. 저자는 고미 요지(五味洋治·63) 도쿄신문 기자 겸 논설위원. 서울지국장과 베이징 특파원을 지내며 한반도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지난달 말 펴낸 책 제목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뒤안길로 사라지는 날이 올까. 온다면 언제일까. 그는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김정은씨는 아직 30대의 젊은 지도자이기에 갑자기 권력을 잃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놓고 보면 그 안에 무대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확언했다.

근거는 뭘까. 고미 위원은 “역시 건강 문제”라며 “최근 다이어트 성공 소식이 나오지만 20㎏이나 감량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건강에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의 경제 악화로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미 몇 가지 성인병을 앓고 있다는 정보도 들려온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소집하면서 ‘총비서 대리인’ 조항을 신설한 것을 두고도 건강 악화를 우려한 현실적 대비라고 봤다.

무대에서 김 위원장이 내려온다면 후계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맡을까. 고미 위원은 “백두혈통으로서 오빠에게 비상 상황이 벌어진다면 권력을 일시적으로나마 계승할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나 오빠의 역할을 전적으로 대행하는 것은 조금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은 김 위원장의 이복형으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과 가까웠다. 2004년 베이징 특파원 시절 공항에서 김정남을 취재차 만난 뒤 둘은 e메일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했다. 김정남이 속마음을 털어놓은 유일한 외부 세계의 끈이 고미 위원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면서도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비운의 황태자인 김정남과의 인연은 150통 남짓의 e메일과 수차례의 대면 인터뷰로 이어졌다. 고미 위원이 그 내용을 담아 펴낸 책은 한국에서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로 출간됐다. 김정남에 관해 묻자 고미 위원은 “도울 수 없었다는 마음에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남은) 사실상 북한에서 쫓겨난 상태였고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도 없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암살 사건 직후 고미 위원은 말레이시아에 가서 김정남의 마지막 흔적을 추적했고, 주변 인물들로부터 “김정남은 고독한 생활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도자로서 김정은에 대해 고미 위원은 2018년 『김정은, 그는 과연 광기와 고독의 독재자인가』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지금 생각은 어떨까. 그는 “지금은 광기의 지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외교 교섭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보면 그에게 탁월한 외교 수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진단을 물었다. 그는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목적”이라며 “북한으로선 중국에 지나치게 접근할 수도 없을 것이고 남북 통신망 부활과 같은 신호탄을 잘 활용해 인내의 마음을 갖고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현재 식량 부족과 코로나19, 수해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어차피 미국과의 대화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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