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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소송 당한 美게임업체 블리자드 대표 불명예 퇴진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 달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과 만연한 성희롱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피소 당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 달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과 만연한 성희롱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피소 당했다. [AP=연합뉴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의 글로벌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가 사내 성차별 소송에 휘말린 가운데 이 회사의 제이 알렌 브렉 대표가 3일(현지시간) 불명예 퇴진했다.

APㆍ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자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대표 브렉이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기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공식 확인했다. 사측은 이어 “후임으로 젠 오닐과 마이크 이브라 공동 대표 체제가 될 것”이며, “두 사람은 블리자드가 여성과 성별, 민족, 성적 취향을 불문하고 가장 안전하고 환영받는 직장이 되도록 모든 직원에게 깊이 헌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브렉의 사임은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회사가 고발당한 뒤 몇주 만에 나온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가 “#미투 저항에 부딪힌 퇴장”을 했다면서다. 브렉은 2006년 1월 블리자드에 합류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제작 등을 총괄했다. 2018년 10월부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맡아왔으나, 지난달 불거진 초유의 사내 성차별ㆍ희롱 사건으로 15년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직원과 지지자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블리자드 본사 앞에서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직원과 지지자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블리자드 본사 앞에서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 및 주택국(DFEH)은 지난달 22일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블리자드의 사내 문화는 남성 직원 위주의 ‘프랫보이(frat boyㆍ남성성을 과시하는 철없는 남자 대학생을 뜻하는 말)’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여성에 대한 괴롭힘과 차별의 온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주정부의 2년에 걸친 조사 결과 블리자드의 남성 직원들은 여성 직원에게 일감을 미룬 채 근무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강간과 관련한 농담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여성 직원들은 남성 동료들보다 낮은 급여와 인센티브를 받아왔으며, 임신 때문에 승진에서도 밀렸다.

한 여성 직원이 남성 상사와 출장을 가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이 직원은 사망 직전까지 심한 성희롱을 당했다고 한다. 일부 여직원들은 남성 동료들이 회의장으로 쓰도록 수유실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블리자드 사측은 이 같은 만연한 성차별을 시정하지 않고 방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리자드 대표 브렉 역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직 수석 크레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스 아프라시아비가 성희롱 사건에 휘말렸을 때 구두 경고만 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주정부는 여성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미지급된 임금 지급과 급여 조정, 직장에서의 보호 조치를 강제하는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법률정보 사이트 블룸버그 로펌에 따르면 모회사 액티비전은 이 같은 피소에 대해 “주정부의 조사 결과는 블리자드 과거 사건에 대한 왜곡된 설명이 있으며, 많은 경우 거짓이 포함돼 있다”며 “오늘날 블리자드의 사내 문화와도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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