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밥녀" "빵댕이" 성·혐오표현으로 도배된 포털 중계 댓글 창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17:27

업데이트 2021.08.04 17:52

4일 오전 여자배구 대표팀과 터키 대표팀이 접전을 벌이 8강 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중계 댓글 창에는 접속자들의 댓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국내 대표팀 응원 댓글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여자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 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V]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여자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 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V]

성적 대상화, 차별·혐오 도배된 중계 댓글 창   

"서양 누나 엉덩이는 다르네" "양언니들의 몸매는 이길 수가 없네" "터키 선수들이 가슴도 크고 골반도 크고 배구도 더 잘한다"는 선수들을 성적 대상화한 댓글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터키 선수들을 "케밥녀"라고 지칭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네이버 실시간 중계에 올라온 악성댓글들. [댓글 캡쳐]

네이버 실시간 중계에 올라온 악성댓글들. [댓글 캡쳐]

이외에도 배구 대표팀 특정 선수가 "페미"라거나 "살 좀 5kg만 빼자"는 외모 평가, 실수한 국내 선수에 대한 도 넘은 비난도 눈에 띄었다. 욕설 등 악성 댓글을 감지하는 네이버의 'AI클린봇'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맞춤법을 어겨 욕설이나 성적인 표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종종 "댓글을 그냥 없애자"라거나 "도 넘은 표현을 삼가자"는 자정의 목소리가 올라왔지만 다른 비하 댓글에 금방 묻혀버렸다. 3일 여자탁구 대표팀 단체전 8강 경기에서는 중국에서 귀화한 국내 선수를 향해 "귀화도 가려 받자" "조선족이 나라 망친다"는 차별과 혐오 표현이 나왔다.

네이버 등 포털의 실시간 올림픽 중계 댓글 창이 대표팀 응원이라는 순기능보다 성적 대상화, 차별과 혐오 표현, 선수를 향한 악성 댓글을 방조하는 역기능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권예은(24)씨는 "경기와 무관하게 여성 선수들에 대한 성적 표현과 외모 비하가 난무해 보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박상현(24)씨는 "축구 등 스포츠 중계 댓글에는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야유를 자주 볼 수 있다. 경기와 무관한 각종 차별 발언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스포츠 기사 댓글 중단 "기사 댓글과 달라"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을 중단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여자배구 고(故)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로 고통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취한 조치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도 같은 날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을 중단했다. 네이버 등은 실시간으로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경기 생중계 '라이브톡'과 '응원톡'의 경우 'AI 클린봇'을 통해 악성 댓글을 감지해 노출을 막고 있다고 설명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4일 "'케밥녀'를 욕설로 봐야 할지,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표현의 자유다. 유사한 표현 '짱깨'는 AI가 감지해 걸러내고 있다. 다만 '짱개'의 경우 짱과 개가 각기 다른 뜻이 있어 자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응원톡'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의미가 더 크고 기사 댓글 개념과 다르다. 선수가 기사를 보고 상처받는 게 문제라는 건데 실시간 라이브의 경우 선수가 경기에 임해 직접 보지 못하고 선수 응원 글이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캡쳐]

[유튜브 캡쳐]

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악성 댓글이 고민이다. 배구연맹 유튜브 공식 채널 코보티비는 여성 선수들이 나오는 일부 영상들의 댓글 기능을 비활성화 조치했다. 여성 선수들에 대한 악성 댓글과 외모 지적 등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기사와 동일 기준 적용 등 적극 조치 필요" 

전문가들은 스포츠 댓글 기능을 없앤 포털이 실시간 악성 댓글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비슷한 부작용으로 스포츠나 연예 기사 댓글 기능은 중단됐는데 실시간 중계는 예외를 누리고 있다. 악성 댓글이 문제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AI가 모든 혐오 표현을 찾기 어렵고 한계가 있다. 실시간 댓글이 역기능이 더 크다면 국민의 시청권 보장을 방해하지 않는 한 적극적 조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포털 규제는 자율 규제, 사후 규제가 일반적이라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기술 기반 규제가 한계가 많아 '라이브톡' 자율규제 강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포털이 일부 단어 블라인드 처리 조치 등을 통해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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