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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구멍난 공수처법은 방치…與 ‘검수완박’ 집착증

중앙일보

입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또다시 충돌했다. 이번엔 공수처가 ‘불기소권’을 갖고 있는지를 두고서다. 두 기관이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 데는 불명확하고 엉성한 공수처법 탓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연히 공수처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공수처를 급히 출범시킨 여당은 공수처를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법 개정을 통한 공수처 안착에 대해선 무관심한 모양새다.

지난 1월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김진욱 초대 처장,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막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김진욱 초대 처장,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막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공수처 불기소권 놓고 검·공 또다시 충돌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공수처가 공소제기할 수 없는 사건은 불기소 결정도 할 수 없다”는 공식 의견을 내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해서만 독자 기소권을 갖고 있다. 공수처는 현재 기소권이 없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을 수사 중인데 이처럼 기소권 없는 사건에도 불기소 결정권(종결권)을 가진다고 주장해왔다.

법이 엉성하니 기관마다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고 으르렁거리는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공수처 출범 이후 공수처와 검찰은 여러 사안에 대한 해석을 놓고 매번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공수처가 올 3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로 돌려보내면서 “공수처가 전속 기소권을 갖는 사건이므로 수사 후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를 두고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비판하며 지난 5월 이성윤 지검장 불구속 기소를 강행했다. 관련 법을 촘촘하게 보완하지 않는 이상 이런 갈등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공수처가 겪고 있는 인력난과 이에 따른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현실과 동떨어진 공수처법의 결과물로 원인으로 꼽힌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 3번 연임이 가능해 최장 12년밖에 근무할 수 없는 사실상 ‘임시직’ 신분으로 규정돼 있다. 우수한 수사 인력의 지원 동기를 갉아먹게 하는 이유다. 절대 인력도 부족하다.

이와 관련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6월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정원 증원을 위한 공수처법 개정이 논의되면 연임이나 임기 문제도 함께 논의되는 것이 희망 사항”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정원 25명, 40명으로 주요 수사를 진행하기 벅차다는 얘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수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검수완박 입법’에…박범계 법무부도 “공수처 안착 먼저” 

하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리며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있다. 그러면서 일부 여권 의원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특별수사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2월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안과 비슷하지만 ‘특별수사청을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둔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현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 기관으로 여당이 자평하는 공수처가 제대로 자리 잡지도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여권은 오직 ‘검찰 힘 빼기’에만 매몰돼 있다”며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의지도,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여권은 이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졸속 출범’ 비판을 받은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러려면 공수처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여당 의원인 박범계 장관이 수장인 법무부조차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어렵게 이뤄낸 결실을 제대로 안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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