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서울공항 부지에 제2 판교”…이재명에 하루만에 반격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16:37

업데이트 2021.08.04 17:10

연일 네거티브 공방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1·2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엔 부동산 공급 정책을 두고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공급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의 기능을 김포공항 등으로 이전하고, '스마트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공급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의 기능을 김포공항 등으로 이전하고, '스마트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4일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으로 “서울공항을 이전해 그 부지에 주택 3만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3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호 이상을 포함해 주택 2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하자 하루 만에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서울공항은 강남-송파-판교의 업무중심벨트와 위례신도시-성남구도심 주거벨트의 두 축을 연결하는 곳”이라며 “인구 10만명이 사는 스마트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970년 경기 성남과 서울 강남에 걸친 현재 위치로 옮긴 서울공항은 대통령 전용기 이착륙, 국빈 영접, 미군 비행대대 주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공항 때문에 성남과 서울 동남권에 고도제한이 생겨 인근 주민과 지자체장은 2000년대 초부터 이전을 요구해왔다. 이낙연 캠프에선 “고도제한을 해제하면 송파·강동·판교·분당 등에 4만호 정도의 주택을 더 공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공항 이륙하는 F-22 랩터

서울공항 이륙하는 F-22 랩터

이 전 대표는 “서울공항이 현재 위치로 이동한 1970년의 상황과 달리 서울 동남권의 경제성장과 인구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공항을 옮겨야만 한다”며 “대통령과 국빈 전용기 이착륙, 재난시 구호물자 투하 등의 기능은 김포공항으로, 미군 비행대대는 오산공군기지로 옮겨 기능상의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항 이전 비용은 서울공항 부지의 개발이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공항이 이전한 부지에 공공 주도로 대형 브랜드 건설사와 똑같은 고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하철 3호선을 서울 수서에서 판교-용인-수원까지 연결해 신도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교통 혼잡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대전 카이스트 본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시설을 살펴본 뒤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얘기하고 있다. 대권 출마 선언 이후 대전을 첫 방문한 이 지사는 이날 대전과 충북지역을 끝으로 1200㎞ 전국 순회를 마무리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대전 카이스트 본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시설을 살펴본 뒤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얘기하고 있다. 대권 출마 선언 이후 대전을 첫 방문한 이 지사는 이날 대전과 충북지역을 끝으로 1200㎞ 전국 순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이 전 대표는 “다른 후보의 주택 공급 공약은 어디에 지을 지에 대한 말이 없다”며 “대규모 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이재명 지사가 “주택을 공급할 구체적인 위치는 지금 상태로 특정하기 어렵고 특정할 수도 없다”고 답한 것을 저격한 것이다. 4일 오후엔 이낙연 캠프 김효은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부산시 인구보다 많은 400만명이 입주할 규모의 기본주택을 좋은 입지에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이라며 “구체적인 입지나 재원, 세부 공급계획을 밝히라”말했다.

서울공항 이전을 시작으로 이낙연, 정세균 후보의  ‘반(反)이재명 정책연대’가 시동을 걸었다는 정치권의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경선 연기 문제로 이 지사와 각을 세우던 지난 6월 정 전 총리, 이광재 의원과 서울공항 이전에 대한 공동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4일 기자회견에서도 이 전 대표는 “이미 정세균, 이광재 두 후보와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박용진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4일 “이 전 대표가 발표한 서울공항 이전과 스마트시티 건설 공약은 내가 김포공항 이전을 주장하는 것과 장소만 다르지 구조는 같다”며 “공급에 대한 의지와 택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보여준 점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은 “서울공항보다 더 넓은 부지가 있는 김포공항 이전으로 공통 공약을 가져가자”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3일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방향은 맞았는데 총리, 부처 장관, 관료들이 이행을 안 하니 결국 이 사달이 난 것”이라며 전직 총리들을 겨냥한 것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 측은 반박했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 윤영찬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 같지만 돌려서 비판하는 것”이라며 “2년 7개월 간 최장수 총리로 이 전 대표와 함께 했는데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잘못 했다고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여당 대선 주자들의 주택 공급 공약이 헛된 약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부지를 활용하겠다던 지난해 8·4 대책도 1년째 공회전 하고 있다”며 “국방부와 협의,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 부지 확보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데 몇백만호를 짓겠다는 말잔치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도 LH가 공공임대 1호를 지을 때마다 1억2000만원의 손해를 보는데 품질은 더 높이고 가격은 더 싸게 공급하면 그 손해는 누가 떠안냐”며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되는 건데 시장 원리를 무시한 대책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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