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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6000억 '체납 전쟁' 20년…"38억 최순영 악랄하게 저항"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체납세금 징수 전담조직인 '38세금징수과'가 출범 이후 20년간 체납세금 3조6000억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민 10명 중 9명은 “고액 체납자 처벌을 더 세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시, 고액 세금 체납 ‘20년 전쟁’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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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시에 따르면 38세금징수과는 2001년 8월 출범한 뒤 연간 평균 1786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 올해는 7월 말 기준으로 연간 징수 목표 2010억원의 92%인 1826억원을 거둬들였다.

이 기간 세금 징수 기법은 점점 발달했다. 동산 압류를 비롯해 인터넷 도메인, 법원 공탁금, 은행 대여금고, 정원 수목ㆍ수석 등 압류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올해는 지자체 최초로 가상화폐를 압류한 데 이어 저작권ㆍ특허권 등도 압류하기 시작했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신용회복과 소액대출을 지원하고 복지사업도 연계한다.

고액 체납자 중에는 전직 정치·경제계 ‘거물’ 인사들도 여럿 포함됐다.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그중 38억 9000여만 원을 체납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을 ‘가장 악랄하거나 저항이 컸던 체납자’ 사례 중 한명으로 뽑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최 전 회장의 서울 서초구 집을 수색해 미술품과 현금 등을 압류했다.

“압류된 동산 최 전 회장 것 아냐” 소송도

그런데 이후 최 전 회장 부인과 자녀가 서울시가 압류한 동산이 자신들 소유였다며 최 전 회장을 상대로 지난 4월 소유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최 전 회장이 패소한다면 서울시는 ‘제3자의 재산’을 압류한 셈이 돼, 미술품 등을 돌려줘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방세 4700여만 원을 체납했다. 서울시는 2014년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압류한 그림을 경매에 부쳐 세금 일부를 환수했다. 약 84억 원을 체납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28억 원을 체납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도 수십억 원대 고액 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다단계 사기’로 유명한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 등도 있다.

서울시민 “세금 체납 처벌 더 세게 해야”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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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38세금징수과 20주년을 맞아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가 납세금 징수를 더 세게 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4.8%가 ‘세금 체납자에 대한 행정제재 조치 수준이 약하다’고 응답했고, ‘과하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또 응답자 88.2%는 ‘고액 체납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현행보다 많이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금을 한 번이라도 체납한 경험이 있는 서울시민은 21.5%로 조사됐다. 이들 중 18~29세가 31.8%로 가장 많았다. 20대 체납 발생 사유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취득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국세)와 양도소득세에 따른 주민세(10%)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소득이 발생함에 따른 세금 체납인 셈이다.

38세금징수과의 ‘38’은 납세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처음에는 팀 규모였으나 2008년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 과 단위 조직으로 승격했다. 현재 5개 팀, 전문 조사관 31명, 민간채권 추심 전문가 6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오 시장은 “38세금징수과는 현대판 암행어사”라며 “악의적 비양심 체납자들에 대한 철저한 징수로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조세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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