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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의 발리톡] 김연경의 스파이크보다 다이빙이 빛났다

중앙일보

입력

8강전 승리 이후 서로를 다독이는 여자 배구 대표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강전 승리 이후 서로를 다독이는 여자 배구 대표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우선 후배들에게 축하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너무 훌륭햔 경기를 했다. 사실 8강 진출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세계랭킹 4위 터키는 쉽지 않은 상대인데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이겼다.

전략적으로는 '서브'가 성공했다. 터키는 제흐라 귀네슈와 에다 에르뎀, 두 센터의 속공이 좋은 팀이다. 한국 선수들이 서브를 강하진 않아도, 날카롭게 넣어서 어택 라인 안쪽으로 리시브가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

1세트에는 상대가 리시브를 정확하게 하면서 블로킹이 속공과 사이드 공격을 모두 신경쓰다 보니 늦었는데, 2세트부턴 서브가 잘 들어가 우리 흐름이 됐다. 특히 범실(한국 6개, 터키 11개)이 적었던 게 좋았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터키는 속공을 잘 쓰지 못했다. 양날개 위주로 공격이 가니까 우리 블로커들도 대처할 수 있었다. 서브로 흔들어주니, 높이가 낮은 우리가 블로킹 득점(12-16)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서브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우리가 준비한대로 잘 했다.

박정아도 잘 버텼다. 예상대로 상대 서브가 집중됐는데 견뎌냈다. 5년 전 리우 대회에선 정말 힘들어했는데 잘 이겼다. 완벽한 리시브는 아니더라도 띄워놓은 어려운 공을 김연경과 박정아가 득점으로 해결했다.

세터 염혜선도 잘 해줬다. 사실 조별리그까지는 네트 쪽으로 휘어들어가거나 바깥쪽으로 올라가는 공도 있었는데 터키전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운영도 좋았다. 초반엔 김연경, 2세트엔 양효진, 3세트엔 박정아를 쓰면서 상대 블로커들에게 혼란을 줬다.

김연경은 리우 올림픽보다 지금 더 집중력이 좋은 거 같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더 집중하는 것 같다. 훨씬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받아냈다.

사실 국내 리그에선 김연경이 수비보다 공격에 비중을 더 뒀다. 특히 체력적으로 지쳤을 땐 수비 가담을 줄였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다르다. 세 명이 리시브를 받는데 본인이 받는 범위를 넓혔다. 공격에서 해결사 역할도 하고, 수비까지 다 해냈다.

특히 일본전에서 계속해서 다이빙 디그를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사실 연경이는 다이빙 수비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연경이가 올림픽에 어떤 마음으로 나섰는지를 읽을 수 있었다. 빡빡한 리그 일정을 치르고, 쉴 틈 없이 올림픽에 나섰는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토너먼트까지 올라온 팀은 모두 강하다. 냉정하게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 하지만 일본전 승리 이후 한국 선수들은 기세를 탔다. 지금의 집중력이라면 충분히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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