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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신 백신 의무화에 '올인'한 뉴욕시...4차 유행 잡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의 모습. 길게 쳐져 있던 안내선에 비해 실제 접종을 하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필규 특파원]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의 모습. 길게 쳐져 있던 안내선에 비해 실제 접종을 하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필규 특파원]

지난달 30일, 항상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는 미국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이지만 1층에 따로 마련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는 유독 한산했다.

식당·공연장 등 이용시 백신 접종 확인 #백신 의무화 조처는 미국 도시 중 처음 #타 도시와 달리 마스크 착용은 "권고" #다른 나라 백신 인정 여부는 언급 없어

예약 없이 누구나 들어와 원하는 백신을 골라 맞을 수 있고 접종 후 박물관 무료입장권도 줬지만, 지켜본 30여 분 동안 접종 장소로 들어간 방문객은 대여섯명에 그쳤다.

지난 4월 뉴욕시가 맨해튼의 명소 곳곳에 접종소를 세웠을 때만 해도 이곳은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였다.

장소도 박물관의 상징인 흰긴수염고래가 전시된 대양관에 마련했다. 그러다 지난달 장소를 작은 곳으로 옮겼고, 지금은 접종자 수도 훨씬 줄었다.

뉴욕시가 지난 4월 자연사 박물관에 마련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는 맨해튼에서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인기 있는 접종소 중 하나였다. 이후 접종자가 줄면서 지난달 1층의 작은 장소로 접종소를 옮겼다. [AP=연합뉴스]

뉴욕시가 지난 4월 자연사 박물관에 마련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는 맨해튼에서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인기 있는 접종소 중 하나였다. 이후 접종자가 줄면서 지난달 1층의 작은 장소로 접종소를 옮겼다. [AP=연합뉴스]

뉴욕시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성인은 지난달 말 기준 66% 정도다. 지난 4월에는 하루 접종자 수가 10만 명을 넘기도 했는데, 이후 계속 줄더니 이제는 1만70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제임스 매닌은 "백신을 맞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다 맞은 것 같다"며 "외부 관광객 말고 접종소를 더 찾아올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속도가 정체된 상황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마저 급격히 퍼지자 뉴욕시가 결국 전례 없는 조치를 꺼내 들었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이런 박물관은 물론, 식당이나 체육관, 공연장 등 실내 시설을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현지시간 3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앞으로 백신 접종자만 실내 영업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현지시간 3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앞으로 백신 접종자만 실내 영업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오는 16일부터 뉴욕시에서 실내 영업장을 이용하려면 한 번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지만, 미국 내에서 이런 조처를 하는 도시는 뉴욕이 처음이다.

고객과 종업원 모두가 대상인데, 다만 실외에서 식사를 할 경우는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9월 13일부터는 도시 전체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등 다른 대도시는 지난주부터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그러나 뉴욕시는 마스크 대신 백신 의무화를 택했다.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권고 사항으로 남겨뒀다.

이에 대해 더블라지오 시장은 "지금 백신을 맞으려고 생각하고 있던 이들이 마스크를 쓰면서 접종을 미룰까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면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식당을 찾는 관광객이 줄 수 있고, 올가을 다시 맨해튼으로 출근을 시작하려던 직장인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올겨울 다시 확진자 수가 치솟기 전에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오는 18일부터 미국 뉴욕시의 식당 실내에서 식사를 하려면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AP=연합뉴스]

오는 18일부터 미국 뉴욕시의 식당 실내에서 식사를 하려면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AP=연합뉴스]

뉴욕시는 이번 조치를 '뉴욕으로 가는 열쇠(Key to NYC Pass)'라고 불렀다.
실내 영업장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 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급하는 접종 증명카드를 직접 보여주거나 뉴욕시에서 만든 스마트폰 앱에 관련 정보를 담아 실행시켜야 한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 발행한 접종 증명서를 인정할지, 또 아스트라제네카나 시노백 등 미국에서 승인되지 않은 백신 접종자도 실내 입장을 허용할지 등에 대해선 따로 언급이 없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아직 백신을 맞을 수 없는 12세 미만 어린이들은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부 사항에 대해선 가장 안전한 방법을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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