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핸드폰 가져가놓고 입증하라니 모순”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14:00

업데이트 2021.08.04 18:40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피해자 측이 최근 “(성희롱) 입증 책임은 피해자 측에 있다”는 정철승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인 업무용 휴대전화를 내놓지 않으면서 성폭력을 입증하라는 건 모순된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지난해 휴대전화 압수 수색 결정에 불복해 준항고(이의제기)하기도 했다.

“유족 요청에 포렌식 5개월 중단”

지난해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 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현장기자단.

지난해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 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현장기자단.

4일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 세상)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피해자 측은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었지만, 이후 유족 측이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준항고 및 집행정지까지 신청했다”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도 하지 않아 놓고 ‘입증해보라’는 식의 주장은 일방적이고 모순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30일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휴대전화 포렌식은 약 5개월간 중단됐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 휴대전화 압수 수색 및 포렌식에 대한 영장청구를 2번 이상했고, ‘유족에게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주체”라며 “그러나 법원에선 직접적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사망 날로부터 근접한 때로 제한적인 포렌식만 허용했을 뿐, 성추행 관련 포렌식은 2차례 모두 기각했다. 이후 유족이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先 증거 제시” vs “폰 공개하라”

정철승 법무법인 THE FIRM 대표변호사. [사진 한국입법학회]

정철승 법무법인 THE FIRM 대표변호사. [사진 한국입법학회]

지난달 30일 유족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무엇이 있다(존재)’는 것을 증거를 통해 주장할 수는 있지만 ‘무엇이 없었다(부존재)’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며 “이 때문에 성폭력이 있었다면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 입증하는 게 당연하다. 피해 여성 측에서 증거를 제시하면 이를 탄핵하는 방식으로 진행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곧바로 ‘박 전 시장 유가족 측 변호사는 궤변을 중단하고 진실의 무대에 당당히 올라오라’는 논평을 냈다. 이들은 “박 시장의 성폭력은 입증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피해자와 증인이 존재하고, 비서실 성폭력 사건(4월 사건) 판결 과정에서도 피해가 인정된 바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도 있다. 이미 입증된 사실을 기각시키고 싶다면 유가족 측이 서둘러 가져간 박 시장 업무 폰을 공개해 음란 문자와 사진을 보낸 사실이 없고, 피해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모든 위력 성폭력 피해자는 설령 사건이 완전히 해결됐다 해도 트라우마로 힘들어 한다”며 “잊고 살려해도 사건에 관한 언급이나 관련 기사를 접하면 심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사실관계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어떤 피해자도 이를 편하게 받아들일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이어 진중권 전 교수도 고소

지난해 12월30일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이 내놓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결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지난해 12월30일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이 내놓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결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박 전 시장 관련 논쟁이 재점화한 건 유족 측이 지난달 28일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한 일간지 기자를 고소하기로 하면서다. 이어 정 변호사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고소하기로 4일 방침을 정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한 강제추행 고소 사건은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수사기관의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됐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시장의 평등권침해 차별행위(성희롱)에 관하여 조사했을 뿐”이라며 “그러므로 고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행위”라고 썼다.

정철승 변호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혔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정철승 변호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혔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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