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보다 576시간 더 일하는 韓, 노동생산성은 38개국 중 27위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08:01

업데이트 2021.08.04 09:14

한국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최상위권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오래 일을 하지만, 효율성은 떨어지는 셈이다.

4일 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GDP per hour worked)은 1년전(40.5달러)보다 1.2달러(2.96%) 늘어난 41.7달러였다. 한국 근로자 한명이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재화ㆍ용역의 부가가치가 이만큼 된다는 의미다.

자료: OECD

자료: OECD

이는 이날까지 지난해 수치가 집계된 38개국 가운데선 27위에 그친다.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정책 권고로 노동생산성 개선을 주문할 정도로 한국은 해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 세계 순위에서 하위권을 유지해왔다.

1위는 아일랜드(111.8달러)로 노동생산성이 한국의 약 3배였고, 룩셈부르크(96.7달러)ㆍ노르웨이(85.5달러)ㆍ덴마크(75.4달러)ㆍ미국(74.3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동유럽 국가인 슬로바키아(45.8달러), 슬로베니아(45.7달러), 체코(42.1달러) 등도 한국을 앞섰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라는 위상이 무색할 만큼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진 것은 야근 문화 등 긴 근로시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908시간이었다. 지난해 수치가 집계된 OECD 국가 중에서는 멕시코(2124시간)와 코스타리카(1913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일한 시간이 가장 길었다. OECD 회원국의 평균은 1687시간이었다.

자료: OECD

자료: OECD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는 독일로 연간 1332시간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덴마크(1346시간)ㆍ영국(1367시간)ㆍ노르웨이(1369시간)ㆍ네덜란드(1399시간) 등도 근로 시간이 적었다. 단순 계산으로는 한국의 근로자가 OECD 평균보다는 연간 221시간(9.2일), 독일보다는 576시간(24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의 근로시간이 포함돼 있기에 한국의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 측면이 있다. 또 파트타임 고용 비중이 높은 유럽은 상대적으로 통계상 근로시간이 적게 나온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근로시간은 주요국에 비해 긴 편이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 OECD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난 2008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209시간에 달했다. 2017년 2018시간으로 줄어든 근로시간은 이후 주 52시간 시간 근무제가 확산하면서, 3년 새 100시간 이상 근무시간이 단축됐다. 하지만 OECD 국가별 비교에서는 매년 세계 3위 안에 드는 ‘불명예’(?)를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내에서의 만성적인 초과근무와 개인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예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직장 상사 눈치 보느라 직장에 늦게 남아 있는 경우가 여전하다. 일을 먼저 끝내더라도, 모두 늦게 퇴근하는 분위기에서 먼저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기 쉽지 않다. 근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 야근 시간에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근로 시간을 줄이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해법은 아니다.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로 자연스럽게 근로시간이 줄어야지,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 일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거두기 위해서는 근로자 개인의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자율출근제나 집중근무 시간제 등을 도입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생산성 향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연공ㆍ서열이 아닌 직무ㆍ성과 중심 임금체계 ▶성과ㆍ실적 기반 인사관리 ▶직원이 자신의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유연화 ▶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직업교육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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