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한일전의 사나이가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07:30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7회말 11대1로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이긴 한국 김현수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7회말 11대1로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이긴 한국 김현수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운명의 한일전. 한국은 김현수(33·LG)가 있어서 든든하다.

김현수는 지난 1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야구팬에 전율을 안겼다. 3-3 동점이었던 9회 말 2사 3루에서 상대 투수 루이스 카스티요의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체인지업을 공략, 우익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쳤다. 9회 초까지 1-3으로 지고 있던 한국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순간이다.

김현수의 이 타격 장면은 13년 전 일본과의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을 연상시켰다. 당시 일본전 2-2 동점이었던 9회 초 무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선 김현수는 일본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의 낮은 코스 공을 공략,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2루 주자 김동주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하체가 굽혀진 상태에서도 배트 중심에 맞힌 스윙이 도미니카전 결승타와 판박이였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감독은 '좌투수' 이와세와의 승부에서 좌타자 김현수를 투입했다.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는 통설 대신 김현수의 콘택트 능력을 믿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추가 2득점 하며 5-3으로 승리했고, 김현수는 결승타 주인공이 됐다. 김현수는 일본과 다시 만난 준결승전에서도 0-2로 지고 있던 4회 말 무사 3루에서 좌중간 안타를 치며 추격 득점 발판을 만들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도 6-2로 승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고, 쿠바를 꺾고 금메달도 획득했다.

김현수는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주축으로 올라섰다. 도쿄올림픽까지 국제대회만 9번 참가했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까지 역대 국가대표(프로 선수 기준) 최다 출전(56경기), 최다 안타(72개)를 기록했다.

김현수의 스윙은 태극마크를 달면 더 매섭게 돌았다. 국제대회 통산 타율은 0.365. KBO리그 통산 타율(0.320)을 훌쩍 웃돈다. 특히 일본전에 강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존재감을 발산했다. 2015년 11월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는 한국이 1-3으로 지고 있던 무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추격 득점을 만들었다. 한국의 4-3 승리에 기여했다. 2019년 열린 프리미어12 결승전 1회 초에는 일본 선발 투수 야마구치 슌으로부터 우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이 경기는 일본에 3-5로 패했지만, 김현수는 제 몫을 다했다.

김현수는 다시 한번 한일전 승리를 이끌 선봉장으로 나선다. 한국은 4일 오후 7시 일본과 도쿄올림픽 승자 준결승전을 치른다. 승리하면 금메달 결정전에 직행한다. 김현수는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일본에 우승을 내준 뒤 "동료들에게 '이 감정을 잊지 않고, 다음 대결에서 갚아주자'라고 했다.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드디어 설욕할 기회가 왔다.

현재 타격 컨디션도 좋다. 김현수는 지난달 29일 열린 이스라엘과의 예선 1차전에서는 3-4로 지고 있던 7회 말 동점 솔로 홈런을 쳤다. 1일 도미니카전도 결승타 포함 4안타를 몰아쳤다. 한국이 11-1로 승리한 2일 이스라엘전도 홈런 포함 3안타를 기록했다. 4경기에서 타율 0.444·2홈런·5타점을 기록했다. 김현수는 리그 전반기 막판 오른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부진했지만, 올림픽 브레이크 전후로 휴식과 치료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대회가 시작되자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리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야수진 막내였던 김현수는 13년이 지난 도쿄 대회에서는 주장을 맡고 있다. 대표팀 주전 외야수 이정후는 도미니카전 신승 뒤 "현수 형이 '점수 차는 벌어졌지만, 기회는 오니까 포기하지 말자'라고 했다"라며 주장의 독려가 미친 효과를 언급했다. 김현수는 앞서 야수진을 모아 "투수진이 잘하고 있으니, 타자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사기 향상을 유도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 레전드 김태균(은퇴)는 "한일전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자세"라고 했다. 결과에 대한 압박감을 벗어나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수는 이미 "기죽지 말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리드를 내주고 끌려가도 더그아웃 분위기를 잡아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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