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텔스 반대" 외친 언론 대표, 신문 톱은 "김정은 높이 추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지역 인터넷언론 대표 A씨가 운영하던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캡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지역 인터넷언론 대표 A씨가 운영하던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캡처]

최근 통신선 복구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2일 충북 청주에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3명이 구속됐다. 지역 인터넷언론 대표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됐지만 청주지법은 "구속 사유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를 기각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혐의로 수사가 이뤄진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 등 4명은 북한 공작원 2명과 접촉한 뒤 지령에 따라 한국군이 도입한 미국산 스텔스기 F-35A 배치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국가정보원은 A씨 등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6월 중순께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을 조사했다. 수사기관은 대면 조사에 앞서 지난 5월 말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A씨 등은 2019년 초 ‘F-35전투기 도입 반대 청주시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A씨와 주민 10여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거리 서명운동과 1인 릴레이 시위, 국방부 규탄 기자회견을 수차례 열었다.

北 지령받고 F-35 도입 반대 활동 혐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착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착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A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은 국정원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기사를 수차례 내기도 했다. 해당 기사 중 하나에는 국정원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국내 활동가들과 접촉한 북한 공작원으로 조모씨와 이모씨가 적시돼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경찰과 국정원은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경찰과 국정원이 수사를 마무리해 검찰이 기소를 하면 재판이 시작된다.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지령을 받았다는 부분이 제대로 입증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 A씨 “北 공작원 만나지 않았다”

A씨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국정원에서 거론한 북한 공작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며 “국정원이 출처 불명의 지령서와 사진 몇 장을 가지고 나를 비롯한 4명을 범법자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 측이 해외에 나간 출입국 기록과 스텔스기 반대 집회 내용, 서명부 등을 제시하며 나에게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며 “공작원을 만난 적도 없고 지령을 받고 대책위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 신문 톱엔 아직도 1월 김정은 위원장 기사 걸려

A씨의 인터넷 신문은 노동자 권리와 지역 소식, 경제, 북한 관련 뉴스를 주로 다뤘다. 3일 해당 매체 인터넷 홈페이지 헤드라인에는 ‘북, 김정은 위원장 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1월 11일)’라는 제목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박수치는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 〉단추를 누르면 메인 기사가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변함 없을 것(1월 1일)’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새해 인사로 교체됐다. 6~7월에 작성된 신규 기사는 오히려 아래에 배치됐다.

이에 대해 A씨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메인 뉴스에 올린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스마트폰용 홈페이지는 수시로 메인 기사를 변경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는 업데이트를 제 때 하지 않아서 1월 헤드라인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F-35 반대 대책위 e메일로 김 위원장 소식 보내기도 

A씨가 관여한 ‘F-35 반대대책위’는 지난 6월 e메일로 언론사 등에 ‘북 김정은 총비서 당 중앙군사위 주재, 고도의 격동태세 견지’라는 소식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한·미 연합훈련이나 스텔스기 배치로 한반도가 긴장 국면이라는 상황을 일반 국민에게 알리려고 e메일을 보냈다”며 “매체에 북한 뉴스가 많은 건 장차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남북이 서로 잘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는 4명에 대해 청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F-35가 배치될 무렵 갑자기 대책위가 꾸려져 청주시 오창읍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을 한 것으로 안다”며 “청주에서 꾸준히 시민운동을 해 온 사람들이 아니라서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