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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특약 안 지켜 계약 해지했는데…세입자 패소, 왜?

중앙일보

입력

세입자(임차인)가 집주인(임대인)의 특약 미이행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제기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이 집주인 손을 들어줬다. 임대인의 특약 이행 거절 의사 표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섣불리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게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016년 3월 수원의 한 오피스텔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계약서상 특약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기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3월 B씨와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00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천장 난방 방식을 바닥 난방으로 바꾸는 공사를 완료해달라고 요구했고, B씨도 이에 동의해 계약서의 특약 사항에 명시했다.

하지만 계약 이후 B씨는 '관계 법령에 따라 오피스텔에서 바닥 난방 공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카펫 설치 등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최종적으로 바닥 공사는 카펫과 전기 패널 아니면 공사 안 되는 거죠?"라고 문자를 보낸 뒤 임대차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B씨는 이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2주가량이 지나 다시 바닥 난방 공사를 하고 있다며 입주 예정일에 입주하라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1심 재판부는 임대인 B씨에게 계약금 2000만원과 손해배상 예정액 2000만원 등 4000만원을 임차인 A씨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문자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던 것 등을 종합하면 바닥 난방 공사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이행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B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어 임차인 A씨의 패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법원은 "B씨가 바닥 난방 공사의 위법성과 공사의 어려움 등을 강조하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바닥 난방 공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표현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며 "B씨가 A씨의 문자에 즉시 답변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즉시 답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라 바닥 난방공사의 이행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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