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쥴리 서점 '별점 배틀'…"5점 성지순례""1점 정치편향"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05:00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 벽화’가 하얀 페인트로 덧칠돼 있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 벽화’가 하얀 페인트로 덧칠돼 있다. 뉴스1

“성지순례 가즈아”(★★★★★)  

“정치적으로 편향된 서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쥴리 벽화’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서울 종로구 ‘홍길동 중고서점’에 대한 상반된 네티즌 평가다. 정치 성향에 따라 별점 최고점인 5점과 최저점인 1점을 주며 ‘별점 배틀’을 벌이는 것이다.

진보는 5점 vs 보수는 1점 

지도 애플리케이션 카카오맵에는 3일 오후 기준 홍길동 중고서점과 관련해 256개가 넘는 리뷰가 등록돼 있다. 서점 자체를 평가하는 내용보단 쥴리 벽화 이슈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진보 성향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위트와 유머가 좋다” “돈쭐(돈으로 혼쭐) 내러 가겠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별점 5점을 줬다.

반면 보수 지지층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검증되지 않은 뉴스를 맹신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서점” “‘표현의 자유’라는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표현은 무지의 산물이고 그것을 행한 자유는 방종” “노이즈 마케팅” “벽화 지우고 정신 차려라” 등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후 현재 평균 별점은 4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쥴리 벽화’로 최근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 ‘홍길동 중고서점’에 대한 평가가 온라인상에서 엇갈리고 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별점 최고점인 5점과 최저점인 1점을 주며 ‘별점 배틀’을 벌이는 네티즌들. 사진 카카오맵 캡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쥴리 벽화’로 최근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 ‘홍길동 중고서점’에 대한 평가가 온라인상에서 엇갈리고 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별점 최고점인 5점과 최저점인 1점을 주며 ‘별점 배틀’을 벌이는 네티즌들. 사진 카카오맵 캡처

이념 표현 도구된 ‘별점’  

‘별점’과 ‘평가란’이 진영 논리를 표현하는 도구나 장(場)이 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각도로 조망한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의 네이버 평점은 1점 혹은 10점이다.

1점을 준 네티즌들은 “빨갱이 영화” “종북주의 대깨문들은 가짜뉴스 선동만 한다”라고 했지만, 10점 평가자들은 “합리적 의심을 왜 못하게 하나” “불편하지만 한 번쯤 꺼냈어야 할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는 올해 5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풍자하면서 별점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독자들은 “내용과 맞지 않는 풍자”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사회 문제를 잘 녹여냈다” “현실은 더하다”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3일 오전 10시 이른바 ‘쥴리 벽화’를 제작한 서점 측은 흰색 페인트로 덮인 벽화 위에 ″모욕과 비방을 제외한 표현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 양수민 인턴기자

3일 오전 10시 이른바 ‘쥴리 벽화’를 제작한 서점 측은 흰색 페인트로 덮인 벽화 위에 ″모욕과 비방을 제외한 표현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 양수민 인턴기자

“‘별점 배틀’ 속 맥락 읽어야” 

‘별점 배틀’ 현상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별점 등을 활용해 이념을 표현하는 행위는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일상적 활동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다만 “표현의 자유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수용자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정보 이해나 표현 능력)가 더 중요해졌다”며 “이용자들은 특정 영역에서 벌어지는 댓글 경쟁에 이념적 스펙트럼이 담겨 있다는 걸 인지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대중들이 ‘사이다’ ‘고구마’라며 양분된 판단을 내리는 데 포털사이트의 빈약한 평가 시스템이 일정 부분 작용한다고 본다”며 “별점 1점 혹은 10점, 이모티콘 좋아요 또는 나빠요는 개인의 세부적 의견을 뭉개고 극단적 양상을 띠도록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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