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계란 한 팩에 9000원, 돈줄 조일 때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00:10

업데이트 2021.08.0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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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5월 수준으로 두 달 만에 되돌아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신선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5월 수준으로 두 달 만에 되돌아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신선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장바구니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2년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민 경제가 피폐해졌는데, 이젠 아예 장보기가 무서울 지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특히 계란이 4년 만에 최대 폭인 57% 급등했다. 마트에서 계란 한 팩(15개들이)에 8000~9000원 가격표를 흔히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직접 “계란 값 조정을 위해 전 부처가 나서라”고 지시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을까. 급기야 “가격 담합을 잡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심각한 문제는 서민들의 일상 먹을거리 대부분이 올랐다는 점이다. 사과(60.7%)·배(52.9%)를 비롯한 과일류와 돼지고기(9.9%)·국산 쇠고기(7.7%) 등 고기류, 마늘(45.9%)·고춧가루(34.4%) 등 각종 채소류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니 재료비에 영향을 받는 식당 음식값 등 서비스 물가도 따라 요동치고 있다.

농축산물에 서비스까지 전방위 물가상승
돈 많이 풀린 탓…금리 인상 실기 말아야

물가 급등은 오랜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탓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 5월 전국을 대상으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이 풀린 이래 지금껏 총 60조원에 가까운 지원금이 시중에 나왔다. 여기에 다시 10조4000억원 규모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여야는 물론 정부·여당 내에서도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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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경제부총리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도매시장 등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고위 공직자의 시장 방문은 시장 사람들만 고생시킬 뿐이다. 지나치게 불어난 유동성으로 인한 물가 급등을 해결하려면 돈줄을 조이는 방법밖에 없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연내 금리 인상’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실제 금리 인상에 앞서 분위기를 통해 시장의 심리를 잡아보겠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도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돈은 계속 풀리고, 물가는 터무니없이 치솟고 있다. 부동산 값이 급등하는 근본 원인도 과잉 유동성이다.

이제는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실행할 때가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을 시작할 수 있다”며 긴축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결정을 기다리지 말고 한국이 선제적으로 돈줄을 조일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도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등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에 선별 지원해야 한다. 굳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수십조원을 들여 1인당 수십만원씩을 나눠주는 것은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안 되고, 물가 상승만 부추길 뿐이다. 물가 급등에 대한 대비를 실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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