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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야외 테라스에서의 낭만 식사…'타운하우스' 10년만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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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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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짜리 단독주택 단지인 고양 삼송지구 삼송자이더빌리지. 코로나 등 영향으로 넓은 테라스를 갖춘 도심 외곽 타운하우스가 틈새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 GS건설

3층짜리 단독주택 단지인 고양 삼송지구 삼송자이더빌리지. 코로나 등 영향으로 넓은 테라스를 갖춘 도심 외곽 타운하우스가 틈새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 GS건설

지난 1일 폭염 열기가 한풀 꺾인 저녁 무렵.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주택 단지에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가족이 야외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층별로 방 배치, 업무 집중도 높고 #바람 쐴 수 있어 재택근무에 적합 #대형건설사, 브랜드 개발하며 건축 붐 #3기 신도시 등 공급 늘며 시장 커질 듯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내 올해 초 준공한 GS건설의 삼송 자이더빌리지. 오금천을 따라 400여 가구가 양쪽으로 아담하게 들어서 있다. 아파트 단지 같은데 층수가 낮고 집 앞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어 단독주택 분위기도 난다. 입주민 김 모(38) 씨는 “아파트 고층 숲을 떠나 땅과 가까이, 쾌적하고 여유 있는 집을 찾아 이사왔다”며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의 쾌적함과 아파트의 편리함을 결합한 저층 주택단지인 ‘타운하우스’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삼송지구에 자이더빌리지를 비롯해 총 1400가구가 들어서고 있고 김포시 한강신도시, 파주시 운정신도시, 양주시 양주신도시 등에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요즘 코로나 덕을 톡톡히 보는 주택 틈새시장이다.

타운하우스는 2000년대 중반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해지면서 주목받았다. 단독주택이나 대개 4층 이하 연립주택 형태였다. 단독주택은 수십 가구가 모여 부대시설·대지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관리하는 단지형이었다(단독형 집합주택).

2008년 금융위기 후폭풍을 맞아 2010년대 들어 시들해졌다. 집이 크고 가격이 비싸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형태가 대개 250㎡ 안팎(70~80평)이었고, 연립주택도 전용 85㎡ 초과 중대형 위주였다.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가구당 평균 278㎡, 46억원인 단독주택 단지가 분양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4층 아파트로 볼 수 있는 연립주택은 저층이라는 점 외에 독립적인 단독 주거공간을 강조한 타운하우스로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테라스에 텐트를 설치해 캠핑장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테라스에 텐트를 설치해 캠핑장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부활한 타운하우스는 중소형으로 크기를 줄인 실속형이다. 단독주택형이나 연립주택은 찾아보기 힘들고 3~4층짜리 단독주택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한 모양이다. 1층에 주방·거실을, 2~4층에 방을 배치한다. 꼭대기엔 다락을 갖춘다. 대부분 전용 84㎡ 크기다. 더 작으면 3~4개 층으로 나눌 경우 층별 면적이 너무 좁아진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도 타운하우스 변신에 일조했다. 전용 85㎡ 이하로 300가구 이하에서 다세대나 연립주택 형태로 지으면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분류돼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청약통장·청약가점제·무주택 등 청약 규제도 없다. 300가구가 넘는 단지는 여러 개 필지를 합쳐 짓기 때문이다.

요즘 타운하우스의 핵심이 테라스다. 발코니와 달리 지붕 없이 외부에 노출된 공간으로 단독주택 마당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이다. 3~4개 층의 층마다 테라스를 들일 수 있어 테라스 면적이 주거 전용면적의 절반이 넘는다. 자이더빌리지 84㎡의 경우 테라스가 49㎡까지 나온다.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면적'이다. 채소를 키우며 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고 텐트를 쳐놓고 캠핑장으로 쓸 수도 있다. 실제로 테라스에 설치된 텐트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넓은 땅도 매력이다. 저층 타운하우스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이 고층 아파트보다 훨씬 낮아 대지면적이 넓다. 자이더빌리지는 용적률이 60% 정도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대개 300%)의 5분의 1 수준이다. 전용 84㎡의 대지면적이 200㎡에 달한다. 건축면적보다 넓어 작은 정원을 만들 여유가 생긴다. 테라스·다락·정원을 합친 면적이 90㎡로 전용면적보다 넓은 공간이 '덤'인 셈이다. 실제로 사용하는 면적으로 치면 같은 전용면적 아파트의 2배가 넘는다.

주거 만족도가 높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높은 이유다. 삼송에서 같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자이더빌리지 전셋값이 가장 비싸 7억3000만원까지 계약됐다. 매맷값(최고 9억원)의 80% 수준이다. 아파트는 대개 60~70%다. 정명기 GS건설 주택마케팅담당은 “층간 소음 걱정이 없고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이 집 안팎으로 넓어 자유롭게 자녀를 키우고 싶은 젊은 부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삼송자이더빌리지 층별 평면도

삼송자이더빌리지 층별 평면도

여기다 코로나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차에서 내려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며 “방이 층별로 나뉘어 있어 업무 집중도가 높고 테라스에서 바람도 쐴 수 있어 재택 근무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타운하우스 수요가 늘고 시장 전망이 밝아지면서 대형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을 비롯해 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우미건설 등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자이더빌리지·라피아노 등 타운하우스 전문 브랜드도 개발되고 있다.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에 저층 주택단지 용지가 계획돼 있어 수도권 택지지구 타운하우스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선 실속형 공급이 쉽지 않다.

그러나 타운하우스도 집값이 많이 올라 '로또'가 될 수 있을지는 기대하지 않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환금성·수익성에선 주택시장 주류 상품인 아파트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겠지만 틈새시장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