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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5년 백건우의 첫 피아노 3중주 "이제 앙상블 대폭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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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 지난해 젊은 연주자들과 5중주를 연습할 때의 모습이다. [사진 준초이]

피아니스트 백건우. 지난해 젊은 연주자들과 5중주를 연습할 때의 모습이다. [사진 준초이]

“연주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아 시작을 못할 정도다. 곡목만 봐도 머리가 무거워지고. 처음부터 한곡 한곡 해야지.”

6일 평창서 피아노 3중주로 '실내악 신호탄' #"말 없이 소리로 소통하는 순간 행복 못잊어" #독주자·협연자로 쓴 65년 경력의 전환점

피아니스트 백건우(75)가 3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새롭게 익히고 연주할 피아노 곡이 아직 남아있을까. 그는 1956년 열 살에 서울에서 해군교향악단(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그리그의 협주곡을 연주하며 데뷔했다. 지금은 보편적 연주곡이 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한국 초연한 이도 11세의 백건우였다. 1972년 뉴욕 링컨 센터에서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연주했고 이후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에 이어 최근까지 슈베르트·쇼팽·슈만을 파고들었다.

여기까지가 혼자 연주하는 독주자 백건우였다. 그가 요즘 보고 있는 ‘목록’은 실내악 음악이다. 피아노 두대가 함께 하는 2중주부터 바이올린ㆍ첼로와의 3중주, 현악기 넉 대와의 5중주 등 다양한 편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좋은 음악이 너무 많다. 베토벤·브람스 같은 독일 음악부터 동유럽·러시아까지 얼마든지 있고 프랑스 음악도 굉장히 많다.”

독주자였던 백건우의 실내악 행보가 시작된다. 그는 “앙상블 연주를 앞으로 대폭 늘리려고 한다”고 했다. 우선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시작한다. 6일 오후 7시 30분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한다.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34), 김두민(첼로,42)과 함께하는 드뷔시·차이콥스키. 백건우가 데뷔 65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주하는 피아노 3중주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유튜브에서 실시간 중계된다.

젊은 시절 백건우는 앙상블 연주를 즐겼다. “줄리아드 음악원 시절엔 피아노 들어가는 모든 곡에 관심이 있었다. 피아노도 피아노지만 음악을 알고 싶어 모든 걸 다 했다.” 1970년대까지 다양한 악기를 하는 친구들과 함께 실내악 음악을 섭렵했다. 이탈리아 스폴레토의 여름 음악 축제에도 활발히 참가했던 시절이다. 그는 “줄리아드 때 친했던 트럼펫 연주자 제러드 슈워츠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둘은 1971년 ‘프렌치 인플루언스(French Influence)’라는 듀오 음반을 녹음했다. “그와 어떤 작품을 해도 척척 맞았다.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소리로 다 이해를 하니까.”

오랜 독주 활동 중 합주의 비중을 늘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 주장만 내밀지 않고, 서로 합의해 뭔가 만들었을 때, 같이 느낀다는 점이 행복하다.” 백건우는 “혼자 하는 독주나 오케스트라와 맞서서 내 파트를 소화하기 바쁜 협주곡에서는 자주 느끼기 힘든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앙상블을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의 실내악 무대가 자주 없었던 이유는 뭘까. 그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독주와 협주곡 스케줄 위주로 갔다”고 말했다. 음반만 봐도 독주자·협연자로서는 거의 모든 중요한 작품을 녹음했지만 실내악은 드물다. 프랑스 작곡가인 뱅상 당디의 피아노 3중주, 풀랑의 목관악기 3중주 음반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는 백건우가 다른 악기 연주자, 또는 성악가와 함께 녹음한 다양한 음반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독주 활동도 물론 병행한다. 12일(대구), 13일(통영)엔 김선욱의 지휘로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협연한 후 쇼팽으로 경기도 광주, 경남 창원 등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는 “다양해진다고 보면 된다. 다른 연주자들이랑 같이 즐기는 경험을 늘리겠다”고 했다. 70대 거장 피아니스트가 "시작하는 마음"이라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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