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돈뭉치로 피싱범을 '피싱'…수거책 검거한 경찰관들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17:07

업데이트 2021.08.03 17:34

지난달 27일 오후 1시쯤 대전경찰청 112상황실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대전 서구 한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로 “한 아주머니가 보이스 피싱 범죄(전화금융사기)를 당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112상황실은 관할인 대전서부경찰서 구봉지구대에 출동을 지시했다.

지난달 27일 대전 서구의 한 은행에서 70대 여성(노란색 원)이 보이스 피싱을 당하기 직전 범죄를 예방한 경찰관과 은행 직원(검정색 원)이 메모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달 27일 대전 서구의 한 은행에서 70대 여성(노란색 원)이 보이스 피싱을 당하기 직전 범죄를 예방한 경찰관과 은행 직원(검정색 원)이 메모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은행 공조, 70대 여성 피해 직전 예방

지령을 받은 구봉지구대 강진혁 순경 등 경찰관 4명이 해당 은행에 도착했을 때 7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A씨(여성)가 창구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A씨는 현금으로 3500만원을 인출해달라며 직원 B씨에게 요청했다. 어디에 쓸 것인지를 묻는 B씨의 물음에 A씨는 “병원비로 쓰려고 한다”고 답했다. 보이스 피싱 인출책으로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지난 7월 27일 대전 서구 은행에서 발생

보이스 피싱을 직감한 B씨는 곧바로 신고했다. 대전경찰청과 관할 6개 경찰서는 각 금융기관에 “100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인출하면 곧바로 신고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상태였다. 대대적인 홍보에도 보이스 피싱 범죄가 줄어들지 않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였다.

유인책 눈치 못채도록 '메모지'로 대화 나눠

강 순경 등이 도착했을 때 A씨는 휴대전화로 인출책과 통화 중이었다. 경찰은 자신들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고 종이로 질문과 대답을 이어갔다. A씨에게는 보이스 피싱 범죄라는 점을 알리고 전화를 끊지 말도록 안내했다. A씨가 인출책과 통화하는 사이 경찰은 은행 협조를 받아 현금 3500만원을 인출했다. ‘가상 인출’ 방식으로 돈을 찾은 뒤 곧바로 다시 입금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지난달 27일 대전 서구의 한 은행에서 70대 여성(노란색 원)이 보이스 피싱을 당하기 직전 범죄를 예방한 경찰관과 은행 직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달 27일 대전 서구의 한 은행에서 70대 여성(노란색 원)이 보이스 피싱을 당하기 직전 범죄를 예방한 경찰관과 은행 직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은 인출 내역과 현금 3500만원을 A씨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인출책에게 전송했다. 실제로 돈을 찾은 것처럼 속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인출책은 A씨가 돈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자신이 지시한 곳에 갖다 놓으라고 요구했다. 가짜로 돈다발을 만든 경찰과 은행 측은 A씨가 인근 아파트 화단에 갖다 놓도록 했다.

대전경찰청, 은행에 "1000만원 이상 인출 신고" 협조

A씨가 돈다발을 화단에 놓자 얼마 뒤 수거 책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다가와 가방에 챙겼다. 구봉지구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서부경찰서 지능팀 형사들이 인근에서 잠복하다 수거책인 C씨(20대 여성)를 검거했다. C씨는 유인책으로부터 수고비(30만~35만원)를 받고 돈을 수거한 뒤 송금하려다 검거됐다. 경찰은 C씨를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오전 “금융기관 카드 명의를 도용당했는데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며 현금 3500만원을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은행을 찾아 현금을 인출하기 직전 직원의 신고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A씨는 경찰과 은행 직원에게 “너무 고맙다. 돈을 송금했으면 평생 억울해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5월 7일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왼쪽)과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업무 협력을 논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 5월 7일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왼쪽)과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업무 협력을 논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서부경찰서 강진혁 순경은 “오래전부터 보이스 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과 정부기관이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시민께서도 보이스 피싱 범죄를 다시 한번 인식하고 은행에서도 더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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